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았지만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혐오 표현과 악성 댓글에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각에선 참사 추모와 핼러윈 축제는 별개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아직 가시지 않은 상처에 시민들은 올해 핼러윈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 끝나지 않은 2차 가해…"무분별한 공격 멈춰 달라"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관련 2차 가해 사건으로 총 16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이 중 19건은 송치하고 26건은 혐의없음 등으로 종결했다. 나머지 121건은 수사 중이다.
디시인사이드, 유튜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왜 놀다 죽은 것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 "나중에는 이태원 유공자 되겠다", "시체팔이", "북새통 가서 압사당해 놓고 왜 남탓하냐" 등 글과 댓글이 게시됐다.
지난달 29일 울렸던 참사 추모 사이렌을 두고도 항의 전화를 했다는 인증 글이 공유됐다. "놀다 죽은 사람들 추모하는 사이렌 소리 듣기 싫다. 오히려 반감이 든다"며 "무슨 명목으로 세금을 털어 쓰는지 진짜 짜증난다. 항의 전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정선거 주범'이라고 적힌 이재명 대통령 사진도 포함됐다.

유족들은 "근거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 공격을 제발 그만해 달라"고 호소하며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포털과 언론사에 댓글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다. 다음뉴스는 참사 관련 보도에 타임톡 서비스를 중단했고, 네이버뉴스는 참사 관련 기사에 댓글 제공 중단 기능을 활용하라고 언론사에 안내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잔인한 인신공격성 글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분노하고 황당했다"며 "악질적으로 고통을 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왜곡된 정보와 프레임에 갇혀 유족들과 희생자를 적대시하고 있다. 정치적 의도도 짙다"고 말했다.
이어 "2차 가해성 발언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올바른 정보와 생각이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나오는 정보를 필터링 없이 믿은 채 공격하지 말고 유족이나 희생자들에게 정말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핼러윈 축제 아쉽지만…"아직은 가족 잃은 유족 생각해야"
2차 가해가 지속되는 등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올해도 핼러윈을 즐기기보단 차분히 보내자는 분위기다. 핼러윈 축제가 사라져 아쉽지만 아직은 추모가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고등학생 석윤지(15) 양은 "핼러윈이라고 하면 이태원 참사가 생각난다"며 "많은 희생자가 나온 사건이기 때문에 들뜬 분위기로 지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나림(16) 양도 "예전에는 핼러윈에 빼빼로데이나 발렌타인데이처럼 친구들끼리 서로 사탕을 주고받았는데 이제는 챙기는 친구들이 없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딸이 핼러윈 분장을 하고 사탕을 받고 싶다고 하는데 참사 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아 조심스럽다"며 "아직은 가족을 잃은 유족 입장을 생각하며 추모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 B 씨는 "핼러윈에 진심이었던 캐나다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서도 10월이 되면 해골이 달린 소품을 들고 다니며 간식을 나눠주거나 아이 친구들을 불러 파자마 파티도 해주곤 했다"면서 "하지만 참사 후로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보낸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참사 추모와 핼러윈 축제는 별개라는 의견도 나온다. X(옛 트위터)와 네이버 맘카페 등에는 "왜 참사가 발생하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게 아니라 외양간을 없애버리는 거냐", "크리스마스 때 사고가 나면 크리스마스를 즐기면 안 되는 건지 의문이다", "마음은 마음이고 행사는 행사일 뿐", "핼러윈 파티를 열거나 행사에 참여한다고 무조건 비판하는 건 잘못된 것" 등 반응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교사 C 씨는 "핼러윈이 다가오니 아이들이 참사에 대해 물어보는데 쉽게 설명하려 하지만 와닿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초등학생 입장에서 핼러윈 때 놀지 못하는 속상함을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 어떻게 설명하는 게 최선인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