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다빈·강주영 기자]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은 29일 곳곳에서 시민들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하루빨리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유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0시29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주기 기억식 행사를 열었다. 체감 온도 5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시민 50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오전 9시30분께부터 손에 핫팩을 들고 '기억'과 '연대' 등을 의미하는 보라색 목도리, 점퍼, 모자 등을 착용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보라색 리본과 '10·29' 날짜가 적힌 배지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라는 피켓도 들었다.
전북 군산에서 왔다는 정은애(61) 씨는 "일이 있어서 서울에 왔다가 기억식이 열린다고 해 다른 일정을 미루고 일부러 찾아 왔다"며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유족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그동안 회피하다가 이제라도 이태원 참사를 위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전혜련(29) 씨는 "이태원 참사 관련 처벌과 진상 규명이 아직까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 치료 등 지원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여러 문제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억식에 오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인 러스 케니(45)는 "3년 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좁은 골목에서 큰 사고가 벌어져서 안타깝다"며 "가장 중요한 건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오전 10시29분께 희생자 추모를 위한 사이렌이 울리자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행사장 옆 세종문화회관 버스정류장에서도 30여명의 시민들이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인근 추모 공간 '별들의집'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빼곡했다.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는 책을 읽고 기억하고자 왔다. 아직도 그 당시 충격이 큰데 유가족 분들은 오죽하셨을까 싶다. 꼭 진상 규명되길', '3년의 시간은 벌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속절없이 지나갔다. 진실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슬프게 한다', '이 글을 읽지 못하는 하늘의 별들이 밝게 빛나길' 등 수백개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유족 이정민(59) 씨는 "3년이 흘렀다고 하지만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바뀐 것도 없고 모든 것이 그대로"라며 "떠나간 아이 얘기하는 것을 금기하기 보다는 항상 같이 있는 것처럼 놀러갔던 얘기를 가족들끼리 자주 한다. 영원히 볼 수 없지만 그냥 어디 여행 갔다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