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청년 취업에도 '골든타임' 있다…"진로교육 강화 필요"
  • 조채원 기자
  • 입력: 2025.10.23 15:33 / 수정: 2025.10.23 16:22
졸업 후 3개월까지 취업률 상승…진로교육도 영향
초중고 진로교사 과반 '겸직'…양·질 내실화 시급
한국교육개발원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고졸 청년의 첫 일자리 이행 양상과 교육적 지원 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더팩트 DB
한국교육개발원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고졸 청년의 첫 일자리 이행 양상과 교육적 지원 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대학을 가지 않은 고등학교 졸업 청년의 '괜찮은 일자리' 진입은 졸업 후 3개월 이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괜찮은 일자리 취업에는 가정 형편보다 고등학교 때 진로교육 경험과 취업 준비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고졸 청년의 첫 일자리 이행 양상과 교육적 지원 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2021년 2월 고등학교 졸업 후 18개월 간 대학에 진학한 적이 없는 792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고교 졸업 후 첫 일자리 이행 여부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에서 '괜찮은 일자리'는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을 충족하는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상용직 △4대 보험 가입 △해당 연도 전체 근로자 월평균 중위 임금의 60%(2021년 150.0만원, 2022년 160.2만원) 이상의 임금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

연구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후 18개월 이내 첫 일자리(주 15시간 이상 근무)에 취업한 비율은 66.2%였다.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한 비율은 35.5%에 그쳤다. 고졸 청년 중 약 3분의 1 이상이 졸업 후 18개월까지 첫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취업을 했더라도 3분의2는 안정성이 보장되는 '괜찮은 일자리'는 아니란 결과다. 일반계고 졸업생의 모든 일자리 취업률은 56.1%,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 비율은 14.5%에 불과했다. 직업계고 졸업생의 경우는 모든 일자리 취업률이 73.4%, 괜찮은 일자리 취업률이 50.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고졸 청년 취업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직전부터 졸업 후 약 3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이 시기를 지나면 취업 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3학년 2학기 말부터 '모든 일자리' 취업자가 점차 증가해 졸업 직전인 2020년 12월까지 약 20%, 졸업 시점(2021년 2월) 34.4%, 졸업 후 3개월까지 47.5%의 학생이 첫 일자리를 얻었다. 졸업 후 4개월 이후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점차 줄었다. 괜찮은 일자리도 졸업 후 4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됐다. 발표를 맡은 금종예 연구위원은 "졸업 후 시간이 흐를수록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비율이 감소한다"며 "괜찮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졸업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일자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괜찮은 일자리 진입은 가정 배경이나 학생의 인지적·비인지적 성취보다는 고등학교 재학 시기 진로교육이나 취업 준비도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직업계고를 졸업한 청년이 일반계고를 졸업한 청년에 비해, 학부모가 학교 진로교육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인 경우, 학생이 고등학교 재학 중 도움이 된 진로교육 프로그램 참가 경험이 많을수록 괜찮은 일자리 취업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와 재학 중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자기관리 역량이 높을수록 괜찮은 일자리 취업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컸다.

진로교육 효과는 확인됐지만 학교 현장은 인력부터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진로교육 전담 교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4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초등학교는 84.5%, 중학교는 93.7%, 고등학교는 94.6%가 진로교육 담당부서(조직)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진로교육을 전담하는 부서는 초등학교 4.3%, 중학교 43.3%, 고등학교 52.5%였다. 취업 연계도에 높은 영향을 미칠 고등학교 진로교사도 절반 가까이 진로교육을 주 업무로 타 업무를 겸하거나 타 업무를 주로 하고 진로교육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전담교사 확충 등 학교에서 진로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 연구위원은 고졸 청년의 '괜찮은 일자리' 진입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고등학교 입학 초기부터 진로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이 진로선택과 계획을 조기에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업계고 뿐만 아니라 일반계고에서도 직업체험이나 현장실습과 같은 체험형 진로교육의 기회를 신입생 시기에 풍부하게 제공하고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진학과 취업 여부를 조기에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 연구위원은 "학교 진로교육 교과과정은 사회나 노동시장의 변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시장의 수요에 맞는 진로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원 연수를 확대하거나 학교 외부의 자원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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