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주택공급 속도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현장 중심 행정을 강화해 '일하는 시장'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책성과를 통해 민심을 확보하려는 행보라는 분석과 함께, 속도 우선 정책 추진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7월부터 약 3개월간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12차례 이상 방문하며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하는 '현장 중심 행정'을 이어왔다. 지난 13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방문은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에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적용해 인허가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하고, 전체 사업 기간을 12년 이내로 줄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활용해 공공분양 및 임대주택 655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은 "빠른 주택 공급이 부동산 시장 안정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속도전을 통해 부동산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민·관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도 오 시장은 "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수년간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추진하는 매우 힘든 일"이라며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조합 설립 기간을 평균 5년에서 2년 6개월로 단축하는 등 사업 속도 개선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평균적으로 18년 6개월이 걸리던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12년까지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불필요한 절차를 최대한 통합해 사업 착공과 입주까지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는 정비사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제한 조치 등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자금 조달과 사업 속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정부 대책으로 인해 분담금 부담이 커지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강북 지역 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업 속도가 더뎌질 경우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매우 무겁고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서울시와 현장 관계자들이 호흡을 맞춰 불필요한 갈등과 지연을 최소화하며 최대한 빠른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갈등은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장애물인 만큼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속도전이 가져올 공급 확대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반면,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주민 간 갈등 심화, 인허가·설계 검토 미흡에 따른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 시장의 이 같은 속도전이 단순한 행정 차원을 넘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서울의 주요 민심 이슈인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세워 '성과형 시장'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서울시 측은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고령 어르신과 저소득 세입자 등 취약 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이야말로 재개발·재건축 정책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주거 환경 개선은 단순히 집값 안정이나 투기 방지를 넘어 시민들의 삶의 질과 존엄을 지키는 문제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용적률 인센티브와 높이 제한 완화는 이런 점에서 꼭 필요한 지원책이라는 것.
오 시장은 "주택 공급이 원활해져야 기존 주택 시장에도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안정으로 이어진다"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그들만의 일'로 치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이 강조하는 '일하는 시장' 이미지는 현장 중심 정책 추진과 재건축 속도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부 규제 강화라는 현실적 장애물이 맞물리면서, 서울 재건축 시장은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명확한 목표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도, 속도와 안전, 정치적 셈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시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주택공급 확대를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만큼,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속도전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정부와의 엇박자는 자칫 사업 지연이나 시장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