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다 민간이 좋아…서울시,정부와 미묘한 거리두기
  • 정소양 기자
  • 입력: 2025.10.02 00:00 / 수정: 2025.10.02 00:00
'신속통합기획 시즌2'로 2031년까지 19만8000호 공급
공공 주도엔 선 그은 서울시…정부와 엇갈린 행보 뚜렷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비 사업 인·허가 규제 전면 혁신을 통한 민간 중심 정비 사업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속통합기획 2.0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비 사업 인·허가 규제 전면 혁신을 통한 민간 중심 정비 사업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속통합기획 2.0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서울시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가 민간 중심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정부의 '공공 주도 공급 확대' 기조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9·7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 중심 공급 확대를 내세운 지 3주 만에 나온 조치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9일,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발표하고 오는 2031년까지 한강벨트 중심으로 총 19만8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목표 공급량은 2035년까지 37만7000호다. 특히 강남 3구와 송파 등 한강 이남 지역에만 16만8000호가 배치될 예정으로, 서울시는 이 같은 대규모 공급이 집값 안정의 실질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시민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서울의 주택 문제는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공공은 실패"…현실감 부족 지적

이에 앞서 정부는 9·7 대책을 통해 2029년까지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정비사업에 공공이 직접 참여하는 '민간참여형 공공재건축·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도심 주요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검토를 통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공공의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반면 오 시장은 정부의 9·7 대책에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서울 핵심 지역에 대한 공급 대책이 부족해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토론회에서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9·7 공급대책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면서 "핵심은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년간 서울에서 공급된 주택의 88.1%는 민간 공급이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공급한 10%를 제외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급은 2%에 불과하다"며 "공공 주도는 속도가 느리고 무엇보다도 서울 핵심 지역 공급이 빠져 있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공공 중심의 공급 방식만으로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만큼의 신축 물량을 시장에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LH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추진 중인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37곳(총 3만5331가구) 가운데 서울 내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연내 착공 예정인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도 서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9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을 방문해 철거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9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을 방문해 철거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엇갈린 공급 정책의 핵심은 '공공주도'와 '민간주도'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공공주도 방식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직접 주택을 공급해 저렴한 주택 공급과 공공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관료적인 절차와 인허가 과정의 복잡성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느리고, 현장 상황에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반면 민간주도 방식은 민간 개발업체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공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시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발 이익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고, 주택 가격 상승으로 시장 과열 우려가 제기되는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

서울시는 이처럼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해 민간 중심 전략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시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통해 기존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6년 6개월 단축하고, 인허가 과정에서도 환경영향평가 초안검토 회의 생략, 추정분담금 중복 검증 폐지 등 제도 개선을 병행해 추가로 1년 이상 단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요가 많은 지역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고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울시는 강남권 중심의 정비사업 착공을 강조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3구역, 은평구 갈현1구역 등 내년 착공 예정인 정비사업지만 17개소, 약 2만3000가구에 달한다. 시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리모델링까지 포함하면 2031년까지 최대 39만가구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토허제 확대 검토" 서울시는 "계획 없어"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 차이는 '규제'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서울 집값이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급등세를 보이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집값을 유심히 보고 있으며, 토허구역 확대 지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열린 서울시 기자설명회에서 오 시장은 "지난번 지정했던 토허구역 이상 추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는 와중에 서울시는 규제보다는 공급 속도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서울시의 이번 '신속통합기획 시즌2'는 단순한 공급 전략을 넘어,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주택정책의 시각 차이가 보다 분명히 드러난 계기로 해석된다. 양측의 엇갈린 행보가 서울 집값과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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