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 먹통에 민원도, 배송도 '대란'…일부 '중국인 방화' 주장도
  • 강주영, 정인지 기자
  • 입력: 2025.09.29 14:39 / 수정: 2025.09.29 14:39
주민센터·무인발급기·우체국 서비스 등 곳곳 차질
"된다는 거냐, 안 된다는 거냐"…시민들 불편 호소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2동주민센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시설 화재로 인해 정부시스템이 일부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인지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2동주민센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시설 화재로 인해 정부시스템이 일부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인지 기자

[더팩트ㅣ강주영·정인지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여파로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주민센터와 우체국 등 곳곳에서 시민 혼란이 빚어졌다.

화재 발생 후 첫 평일을 맞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반포2동주민센터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민센터 곳곳에는 '화재로 인한 정부 시스템 일부 서비스 중단을 알려드린다. 행정안전부 사고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무인민원발급기에도 '장애 복구 시까지 발급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문구가 떴다. 무인민원발급기를 사용하려던 민원인들은 서비스 중단 소식에 한숨을 쉬며 창구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손가락으로 연신 화면을 누르던 50대 장모 씨는 "등본 떼러 왔는데 기계에서 안 된다고 하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대전에 불 났다고 이것까지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구 앞에 앉은 시민들은 서비스 가능한지부터 물었다. 직원이 "가능한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안내하자, "된다는 거냐, 안 된다는 거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출근길에 주민센터를 찾은 직장인 구모 씨는 "병적증명서가 필요해 들렀는데, 현재는 발급 못 해준다고 하더라"며 "불이 났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주민센터에 오면 될 줄 알았다. 언제 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양천구 신정2동주민센터에서도 시민들 불편이 이어졌다. 기초생활수급자 양모(58) 씨는 "급여가 압류돼 통장을 바꾸러 왔는데 지금은 조회가 안 된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이 소포접수용지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정인지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이 소포접수용지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정인지 기자

이번 화재원인을 중국인들에게 돌리는 주장도 나왔다. 서류를 발급하러 온 60대 김모 씨는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직원의 설명에 "중국 사람들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정권이 바뀌면서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몰려왔고,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고의적으로 불을 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체국 업무도 일부 차질이 생겼다. 이날 서울 서초구 반포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은 포장대 위에 박스를 올려둔 채 받는 곳 주소를 수기로 적고 있었다. 30대 정하경 씨는 "평소라면 온라인으로 사전 접수를 하고 나왔을 텐데, 온라인 접수가 되지 않았다"며 "요즘 수기로 적을 일이 별로 없는데 낯설다"고 했다.

이어 "화재 사실을 전혀 모르고 왔는데 언제 발송되는지 조회도 안 되고 모바일 영수증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우체국에는 '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우편 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붙었다. 특별송달과 전자우편 접수, 우편물 종적 조회 등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직원들은 "대전 화재 때문에 소포 상자 카드 결제가 안 되고 배송 조회도 어렵다"고 안내했다.

국제소포를 보냈다는 40대 박모 씨는 "유학 간 아이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보내는데 언제 도착할지 몰라 걱정"이라며 "아이가 직접 받을 수 있을지, 숙소에서 잘 맡아줄지 불안하다"고 했다. 다른 시민도 "중고거래 물품이라 배송 조회가 안 되면 곤란하다"며 박스를 들고 발길을 돌렸다.

집배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집배원은 "주소가 안 떠서 일일이 입력하다 보니 시간이 배로 걸린다"며 "배송 조회가 안 되니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해야 한다. 명절이라 물량도 많은데 민원이 발생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8시15분께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본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부24와 우체국 등 647개 업무 시스템이 전면 중단됐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 복구가 완료된 서비스는 47개다.

윤호중 중대본부장은 "이번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주말이 지난 민원 행정수요가 늘어난만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juyo@tf.co.kr

inj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