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10여 년 전 좌초됐던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AI, 디지털트윈, 에너지관리, 스마트물류 등 4차 산업 기반의 핵심 기술을 집약해 용산을 ‘서울의 스마트 코어’로 조성하는 '스마트도시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SLW 2025' 행사에서는 '용산 스마트도시관' 쇼룸을 통해 시민에게 비전과 핵심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단지 외형을 바꾸는 재개발이 아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 초기부터 에너지·교통·보행·환기 등 도시 인프라를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설계했고, 향후 도시 운영 전반을 AI와 디지털트윈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총 841억원이 투입된다. 지하 공동구, 자동화 물류시스템, 스마트 버스쉘터, 자율주행 인프라까지 미래 도시의 핵심 요소가 하나의 지구 안에 통합되는 첫 실험이다.
◆대규모 민간개발의 좌초…10년 간 멈춰
이 개발이 '다시' 추진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애초 2000년대 중반, 민간 주도의 대형 복합개발로 추진됐다. '한강의 맨해튼'을 표방하며 30조원 규모의 개발이 예고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핵심 시행사인 드림허브PFV가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고, 이후 10년 넘게 부지는 유휴지로 남았다. 도심 한복판에 텅 빈 공터가 남은 것이다.
이후 서울시는 수차례 재추진을 검토했지만 민간 중심 대규모 개발의 리스크를 줄이지 못했고, 부지 소유권도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번에는 시행 주체를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SH공사로 변경하고, 기술 중심의 스마트도시 모델로 전환하면서 마침내 본격적인 첫걸음을 뗐다.
과거 실패가 보여준 교훈은 단순하다. 도시개발은 크고 빠르게 진행된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운영과 지속 가능성, 시민의 일상과 연결된 서비스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스마트도시 전략은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공공 주도, 기술 중심의 스마트 도시 전략
이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은 '도시 개발'과 '도시 운영'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데 있다. 단순히 빌딩과 도로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도시 전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 운영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 코어' 도시를 지향한다.
통합운영센터는 용산 일대의 교통, 에너지, 안전, 환경 등 수십 종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분석하고, AI를 활용해 문제 발생 전 사전 대응하는 ‘예측형 도시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도시의 3D 가상 복제본을 만들어, 바람길, 일조량, 교통 혼잡 등을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도시 설계와 운영 계획을 마련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도시 에너지관리시스템(CEMS)을 가동해 신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와 에너지 소비 피크 관리에 나선다. 지하에 설치될 스마트 공동구는 전력, 통신, 수도, 열수송관뿐 아니라 자동화된 물류배송로를 통합해 도시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혁신한다. 이로 인해 교통 혼잡과 탄소배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 시스템의 자동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공동물류시설에서 지하 배송로를 통해 각 건물까지 화물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체계는 도시 내 배송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도심 내 트럭 진입을 줄여 교통 환경을 쾌적하게 만든다. 이는 도시 내 탄소 중립 실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래 모빌리티와의 연계도 용산 개발의 핵심이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실증과 통합 교통 플랫폼 구축이 진행되어 대중교통과 개인 모빌리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 지하철, 버스, 자율주행 셔틀 간 환승이 매끄럽게 이뤄져 '문에서 문까지'의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시민 체감형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센서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하게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헬스케어 시스템,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스마트 안내 로봇과 정보 안내 시스템은 일상에서의 편리함과 안전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와 함께,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민관 협력 거버넌스 모델을 통해 기술 혁신과 시민 참여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서울시는 대학, 연구기관,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주체를 아우르는 자문단과 협의체를 운영해, 프로젝트의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도시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 도시를 물리적 공간이자 단순 부동산 개발 대상으로 보던 과거를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도시 운영 체계로 전환하는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시민이 매일 안전과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서울 스마트 코어'로 조성하고, 민간기술이 함께 성장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테스트베드로 만들 것"이라며 "SLW 2025에서 시작되는 시민 체험과 민관 협력을 통해 계획을 실행으로, 실행을 성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