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0일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정보를 취득할 때 법원 허가 절차를 도입하고,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 제공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해지일 등 '통신이용자정보'를 요청하면 통신사가 이에 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78년 도입된 이후 40년 넘도록 사실상 법원의 사전 통제 없이 운영돼 왔다.
수사기관은 그동안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통화 상대 확인 등 기본 정보 확보는 신속한 수사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연간 600만건에 달하는 요청을 모두 법원 허가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을 제기해왔다. 또 주요 선진국에서도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에 법원 허가 절차를 두지 않는 사례를 들어 영장주의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처리 기술이 수사기관에 도입되면서 통신이용자정보가 단지 수동적으로 열람되는 것을 넘어 알고리즘에 의해 대규모로 수집되고 분석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성을 수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데이터와 결합될 경우 개인의 행동 패턴, 사회적 관계, 정치적 성향까지 드러낼 수 있는 민감정보로 확대될 수 있다"며 "법원 허가 절차 없이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취득 시 법원의 허가 절차를 도입하고,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 제공을 제한하며, 취득한 정보의 폐기·목적 외 사용 금지·비밀 유지 등 사후관리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는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 제공한 통신이용자정보 현황을 국민에게 적극 공개하고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고, 검찰총장·경찰청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국가정보원장 등에는 "기관 내부 심사 절차를 강화해 최소한의 정보만 요청하도록 통제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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