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2023년 9월 4일 월요일. 10만여 명의 교사들이 교권 침해 실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안전한 교육환경 보장을 요구하며 연차를 쓰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숨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를 맞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절박한 목소리를 냈다.
징계 위험을 감수하며 공교육의 위기를 멈추기 위해 모였던 '공교육 멈춤의 날'이 4일로 2주년을 맞았다. 교권보호 4법이 통과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정부·국회 차원의 입법 대응과 후속 조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3년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이 국무회의에서 공포됐다. '교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교권 행사를 법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교권 침해 사례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결과 '상해·폭행'으로 분류된 사건은 △2020년 106건 △2021년 231건 △2022년 374건 △2023년 488건 △2024년 502건이었다. 증가 폭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증가세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는 28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9명에서 2021년 25명으로 늘어난 이후 △2022년 20명 △2023년 25명으로 4년 연속 20명대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이미 9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교사들의 외침은 올해도 이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일 성명을 내 "새 정부는 교사들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민원창구 일원화와 온라인 시스템 전면 도입,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즉각적인 고소·고발 의무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아동복지법 등 관계 법령을 개정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지킬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내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서비스) 학부모 서비스와 연계해 학부모 상담 신청·학교 온라인 민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5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한 후 5~6월 시범운영을 거쳐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와 특수학교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학기가 이미 시작된 지금, 민원 시스템 도입은 시범운영 단계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 초까지 전국 5% 내외로 시범학교를 선정해 올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소통 창구를 공식화·일원화하는 것을 넘어 민원 처리와 관련한 업무분장 체계 확립, 교육청과의 행정 지원 체계 구축, 교사에 대한 법률 지원 등이 연동되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교육청 상황과 교사들의 요구가 다 다른 만큼 섣불리 확대하기보다는 교육청·교원단체와 충분히 소통하며 차근차근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의 아동복지법 개정 움직임은 1년 넘게 멈춰 있다. 아동학대의 개념과 범위를 규정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20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지만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백 의원은 법안 취지에 대해 "정서적 학대행위 개념과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해 선의의 교육과 지도가 아동학대로 오해 받아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당한 학생생활지도를 포함한 사회 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지도 행위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아님을 명시하고 대통령령으로 그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도록 해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의 정당한 교육과 지도가 무분별한 아동학대로 인식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