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학년부터 영어 수업...전문가들 "앞당겨야"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반일제 영유아 영어학원(영어 유치원) 입학시험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영어 공교육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유아 영어조기교육 전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1%는 '조기영어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매우 필요(28.9%)와 어느 정도 필요(52.1%)를 합친 수치다. 영어교육의 중요 조건으로 응답자 44.9%가 '적극적 공교육 지원 정책'을 꼽았다.
적절한 조기영어교육 시기에 대한 응답자 인식과 실제 공교육 시작 시기도 차이가 컸다. '조기영어교육의 적절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24.1%는 '어릴수록 좋음', 28.5%는 어린이집·유치원부터, 28.7%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15.9%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라고 답했다. 과반인 52.6%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여기는 셈이다.
현재 초등학교 영어 수업은 3학년부터 시작된다. 그 전에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영어 잘 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경쟁도 과열돼있다. 영어 유치원 입학 시험인 '4세 고시', 유명 영어학원 입학 시험인 '7세 고시'가 대표적 사례다.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은 사회성 저하·정서 불안을 불러오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지난 27일 '4세·7세고시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촉구' 기자회견에서 "영유아 시기 장시간 반복적으로 주입식 학습을 할 경우 신체와 정서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너무 심각하다"며 "영유아를 과도한 학습 사교육에 노출시켜 정신 질환이 생기고 병원 문을 두드리게 하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영어 공교육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학습 시기를 앞당기는 문제를 넘어 영어교육 격차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정책적 해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공교육에서 영어를 가르친 지 30년이 넘었다"라며 "시대가 바뀐 만큼 시점을 재고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교육이건 공교육이건 문제는 '나쁜' 영어 교육"이라며 "기존 줄 세우기 식 영어교육을 답습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 방식으로 시작해 기초적 문해력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언어 교육은 사실 빠를수록 좋다"며 "사회적 수요가 있다면 더 일찍 놀이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가르치는 게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교육이 학부모들에게 '지금부터 영어 배워도 잘 한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취학 전 사교육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 것"이라며 "현재 배출되는 초등교사들은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인력 확충 등 정책적 지원이 동반된다면 아이들의 영어능력 향상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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