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 했지만 경쟁력은 하위권…'공급자 중심' 대학교육 한계
  • 조채원 기자
  • 입력: 2025.08.26 16:32 / 수정: 2025.08.26 16:32
한국교육개발원, 26일 창립기념 포럼 개최
대학 교원 1인당 연구비도 꾸준히 늘었지만 피인용 상위 1% 논문을 낸 기관을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 서울대학교가 가까스로 100위권에 포함됐다. 사진은 서울대학교 입학식. /장윤석 기자
대학 교원 1인당 연구비도 꾸준히 늘었지만 피인용 상위 1% 논문을 낸 기관을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 서울대학교가 가까스로 100위권에 포함됐다. 사진은 서울대학교 입학식.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대학의 성과가 학생 충원율·취업률 등 공급자 중심이 아닌 학생·학부모 등 수요자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 진학률이나 1인당 교육비 등이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수치가 국가 경쟁력 강화 등 국가 발전의 핵심 기능으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백승주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실 연구위원은 26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창립 53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대전환 시대의 교육 성과' 포럼에서 대학 성과 진단과 한계로 △양적 성장과 경쟁력 답보 △취업률과 미스매치 △연구생산성 증가와 영향력 위기 등을 꼽았다. 백 연구위원은 한국 대학교육이 '성장의 역설'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백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은 대학 진학률, 학생 1인 당 교육비 등 대학교육 여건에 대한 양적 성장이 이뤄졌지만 대학교육 경쟁력은 총 64개국 중 49위에 불과하다. 한국 국가 경쟁력이 20위권인데 비하면 낮은 수치다. 대학 교원 1인당 연구비도 꾸준히 늘었지만 피인용 상위 1% 논문을 낸 기관을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는 서울대학교가 가까스로 100위권에 포함됐다. 백 연구위원은 "한국 대졸자 취업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학력, 분야 미스매치가 높은 편"이라며 "고등교육 성과와 노동시장 이행의 연계가 부족하다"고 해석했다.

뱍 연구위원은 대학 성과를 수요자 관점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로 '환경 변화'를 들었다. 대학 정원보다 학령인구가 더 적은 시대와 유학생, 성인학습자 중심으로 대학 학생 구성 변화가 예고된다는 점에서다. 이젠 대학이 수요자 증심의 성과를 기반으로 '학생이 왜 우리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백 연구위원은 "정부가 정해주는 여러 지표나 이제 따라가야 될 여러 기준들을 제시해 주는 것은 대학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지만 교육, 연구, 봉사 등 대학 본연의 성과를 산출해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젠 공급자가 정해주는 성과 지표에 매몰되기보다는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 대학 본연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6일 창립 53주년을 기념해 대전환 시대의 교육 성과 포럼을 주최했다./조채원 기자
한국교육개발원은 26일 창립 53주년을 기념해 '대전환 시대의 교육 성과' 포럼을 주최했다./조채원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초·중등교육에서의 성과 지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토론자들은 기존 학업 성취 중심 지표를 넘어 현장의 변화를 반영하고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성과 지표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영림 기린초등학교 교사는 "그동안 교육 성과로 이해된 대상은 주로 학업 성취도와 학력 수준"이라며 "새로운 교육 성과는 학생 개개인의 성장 과정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국가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개별학생의 목표와 성찰과정을 국가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을 때 현장과 정책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영 건국대학교 교수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을 통해 나타난 한국 학생의 높은 성취도는 최상위권임에도 이런 높은 성취가 성인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 때의 시험 성적이 성인의 역량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초중등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투입과 산출에서 보이는 교육 격차"라며 " 한국 학생들의 성과를 국제비교를 통해 파악하는 것보다는 한국의 교육과정에 기반한 성과 평가, 평균이 아닌 분포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한국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 등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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