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해상에서 구조됐으나 제때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못해 숨진 고 임경빈 군의 유족이 2심 판결을 두고 "국가 책임만 인정한 채 해경 지휘부의 책임을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등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2부(염기창 한숙희 박대준 부장판사)는 이날 임 군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국가가 원고들에게 1000만원씩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이재두 전 3009함장 등 해경 지휘부 4명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항소심 선고에 앞서 지난 16일간 법원 앞에서 총 32회에 걸쳐 1인 시위를 벌였다. 1만934명의 시민들이 해경과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임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는 "재판부는 사고 상황에서 공무원이 최선을 다해 생명을 살리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된 승객은 한 명도 없는데 해경들은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승진하고 성과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경은 분명히 살릴 수 있었던 경빈이마저 희생자로 만들었다"며 "지금이라도 기록을 공개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해경이 있다면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고 촉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께 사고 해역을 수색 중이던 해경 1010함 단정이 구명조끼를 입은 임 군을 발견했다. 임 군은 같은날 오후 5시30분께 김 전 해경청장, 김 전 서해해경청장, 이 전 3009함장 등이 탑승한 3009함에 인계됐다.
유족들은 임 군이 발견 직후 구조 헬기를 통해 바로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임 군은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약 4시간41분 동안 1010함에서 3009함, P22정, P112정, P39정 등 5차례 배로 옮겨졌다. 헬기를 탔을 경우 소요 시간은 약 20분 안팎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 5시44분께 도착한 구조 헬기에는 김 전 서해해경청장이, 오후 7시께 도착한 헬기에는 김 전 해경청장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군에게는 약 111분 간 심폐소생술이 시행되다가 오후 7시15분께 중단됐다. 임 군은 오후 10시5분께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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