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입니다. 구청장은 결국 '일하는 자리'예요."
민선 8기 3주년을 맞은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의 말이다. 30년간 공직에 몸담아온 그는, 위기 대응부터 교육·문화 인프라 혁신까지 '일하는 구청'으로 이끌었다.
특히 최근에는 주민과의 실시간 소통 방식이 눈길을 끈다. AI 챗봇 GPT에서 착안한 '24시간 대응' 모델을 자처하며, 카카오톡 1대 1 채널을 통해 주민들의 민원 제보를 받고 처리 결과까지 직접 피드백한다. 일명 'GPT 구청장' 별명도 이때문에 붙었다. "주민들이 '구청장이 직접 답장을 준다'며 놀라워하실 때 가장 보람 있다"는 그는 빠르고 정확한 응답이야말로 행정의 시작이라 강조했다.
최 구청장은 영등포의 산업·상업 특성을 미래교육으로 전환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산업이 발전한 곳에 교육이 꽃피면 인재는 자연히 양성된다"며 "제조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설립한 '영등포 미래교육재단'은 단순한 장학재단을 넘어 AI·융합형 교육 생태계를 설계했다. 관내 초중생 3만여 명에게 국립과학관 연간 이용권을 제공하고, AI·우주 체험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연말 개관 예정인 '브라이튼 도서관'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이다. 브라이튼 도서관은 1000평 규모로, 서울 최초의 영어 전용 키즈카페를 포함한 복합형 도서관이다. 이미 운영 중인 ‘책마루 문화센터’와 함께, 영등포의 도서관 인프라는 서울 자치구 중 2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그간 중공업 규제로 지연됐던 재개발 사업에도 최근 속도가 붙었다. 그는 "대부분 구역이 이제는 사업 단계에 들어섰다"며 "규제를 걷어내고, 용적률을 조정해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천지개벽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가 강조해온 행정 기반의 문제 해결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행정가로서의 경험, 디지털 시대의 소통 감각, 그리고 주민을 향한 태도까지. 민선 8기 3주년을 맞은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현장형 리더십'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 4년 차를 맞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는다면.
2022년에 집중호우로 수재민이 1만 명 넘게 발생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제일 먼저 선정됐다. 이에 서울시, 중앙정부, 군부대까지 모두 협조를 구했다. 당시 문래동 철공소 장비가 잠기는 등 피해가 심각했는데 당시 주택과 토지만 정부 지원이 가능하고 상가와 공장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 적극 건의했고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공장과 상가 건물 피해까지도 보상 대상에 포함되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것이 진정한 지방자치라 생각한다. 또한 이같은 집중호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대응체계를 마련했고, 그렇게 전력을 다한 덕분인지 2024년에는 수재민 신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주민들도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해줘서 진정한 주민자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별명이 'GPT 구청장'이라고 들었다.
내가 만든 건 아니다. GPT에 물어봤는데 사람으로써는 소화하기 어려운 일정을 감당하고 있다보니 GPT도 같은 종족으로 인정해준 것 같다. GPT처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는 '실시간 소통'에 대한 철학이 나와 맞는 부분이 있어서 생긴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주민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사진이랑 위치를 보내주면 바로 담당 부서에 전달하고, 처리 결과도 다시 안내해드린다. 행정은 결국 빠르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에서 오랜 경력이 구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
확실히 도움이 된다. 30년 넘게 행정을 해오면서 위기 대응, 예산 확보, 법 제정 같은 일들을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에 구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구청장은 정치보다 행정을 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행정의 구조, 예산 흐름, 시스템을 알고 있어야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교육도시'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래융합 인재 양성'을 구정의 중요한 키워드로 강조한 이유는.
영등포는 과거엔 산업과 상업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AI, 즉 디지털 시대에는 결국 인재가 경쟁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 로봇, 빅데이터 등 미래핵심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즉 '미래 융합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공직 30여 년 동안 다양한 행정 업무를 경험했다. 특히 과기정통부 국립과천과학관 단장을 4년간 역임했다. 그 당시 국립 과천과학관을 최첨단 과학관으로 리모델링했고, 서울시 종로구 소재 국내 최초 국립 어린이 과학관 개관도 추진했다. 이런 경험으로 미래 인재 양성과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다.
-'미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라면.
'한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면 되고, 그 나라의 미래를 알려면 과학관에 가보면 된다'라는 것이 평소 신념이다. 아이들이 과학관을 놀이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영등포 미래교육재단'을 만들었다. 단순한 장학재단이 아니라 교육 방향까지 주도하는 조직이다. 또한 현재 관내 초중생 3만 명에게 국립과학관 연간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으며, AI·우주 체험 교육 등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에는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와 함께하는 '제1회 영등포 로봇 경연 대회'도 열릴 예정이며, 10월에는 '영등포 청소년 교육 축제'도 개최한다. 로봇 개, 달 탐사, 드론 레이싱 등 다양한 첨단 과학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다.
-연말 개관 예정인 '브라이튼 도서관'도 그런 교육 정책의 일환인 것 같다.
맞다. 브라이튼 도서관은 MBC 여의도 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조성 중인데, 1000평 규모로 꽤 크다. 서울시 최초로 영어 전용 키즈카페도 같이 들어간다. 아이들에게 언어 감각과 독서 습관을 동시에 길러줄 수 있는 공간이다. 책만 보는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기존 책마루 문화센터와 함께 도서관 인프라가 서울 25개 구 중 2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
-'도시 대전환'을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영등포 대전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는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특별법이 통과돼서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경부선 철도가 지하로 내려가면 120년 동안 둘로 나뉘어졌던 영등포가 하나로 통합되고, 경부선을 따라 '서남권이 서울의 신성장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 이후 생길 영등포의 변화는.
지상 철도 자리에 대규모 녹지와 일자리·주거·여가 기능을 모두 갖춘 '콤팩트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4차 산업 관련 첨단 산업을 유치해 지역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 주변 정비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영등포역 쪽방촌 정비사업도 진행 중이다. 신혼부부, 청년, 쪽방 주민을 위한 782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이 일대를 명품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데.
그렇다. 그동안은 중공업 규제로 묶여 있었는데,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조정하면서 대부분의 구역이 본격적인 사업 단계에 진입했다. 지금이야말로 영등포의 도시 구조가 크게 바뀌는 시기라고 본다. 구에서는 인허가부터 주민 갈등 조정까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한강버스 개통과 함께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영등포도 기대가 된다.
영등포는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전국 37개 문화도시 중 하나다. 서울에서는 유일하며, 문화도시협의회 의장도시이기도 하다. 9월엔 전국 문화도시들이 영등포에 모여 전시와 교류도 할 예정이다. 한강버스 뿐만 아니라 여의도에는 제2세종문화회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63빌딩 안엔 프랑스 뽕피두센터 아시아 분관이 들어선다. 이외에도 한강 요트 체험, 더현대, 타임스퀘어 등 관광 인프라도 풍부하다. 의료관광특구로 재지정받았다. 의료관광도 특화해 계속 육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문화관광도시로서 영등포의 비전은 굉장히 밝다.
-영등포의 중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인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영등포에서 만들고 싶다. 과거엔 제조업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AI, 디지털, 과학기술이 핵심이다. 영등포가 이 변화의 실험장이자 선도 도시가 되면, 다른 도시들도 따라오게 될 거다. 교육, 인프라, 복지, 문화까지 미래 세대를 위한 기반을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이 도시에서 자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선택하는 거고, 나는 일꾼일 뿐이다. 중요한 건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요즘 보면 그런 자치 의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마지막으로 구민들께 남기고 싶은 말은.
구청장은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직 구민만을 바라보면서 행정하는 자리다. 지난 3년은 구민과 함께 영등포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해 온 소중한 시간이다. 그 중심에는 늘 소통이 있었다. 구민이 주인이고 구청장은 일꾼이라는 신념으로 구민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듣기 위해 명함에 '최GPT 구청장'이라고 새기기도 했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구민의 상상 속에 머물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하고, 그 상상이 실현되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구민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영등포', '서울의 새로운 대표도시 영등포'. 이것이 우리 모두가 그리고 있는 영등포의 미래인 만큼 이를 위해 힘쓰겠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프로필
△1962년생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제34회 행정고시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 △서울시장실 정책비서관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 △주인도대한민국대사관 총영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민선8기 영등포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