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는 학생들이 매년 늘고 있다. 내신에서 상위 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정시 수능 중심 전형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교육계는 '검정고시가 경쟁 위주의 대학 입시 때문에 악용되고 있다'며 우려가 크다.
16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년 서울·경기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는 2만2797명이다. 2022년(1만7233명)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검정고시 지원자는 2023년(1만9213명), 2024년(2만927명)에 이어 3년 연속 상승세다. 검정고시를 합격해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도 2023학년도 1만5488명, 2024학년도 1만8200명, 2025학년도 2만109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검정고시 합격률은 매년 80% 후반으로 비슷하단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 수도 지난해 기록을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학원은 검정고시 응시자 증가 추세를 두고 "내신 불이익을 만회하려는 대입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내신 경쟁 대신 검정고시를 본 후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학구열이 높은 지역 일반고등학교의 학업중단율이 높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월 공표한 행정구역별 학업중단율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에서 일반고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3곳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였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2.7%로 가장 높았고 송파구가 2.1%로 뒤를 이었다.
교육계는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 증가는 공교육 위기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진로를 탐색하고 사회성을 함양해야 하는 공교육이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검정고시-수능 루트를 택한 상당수 학생이 사교육에 의존하면서 경제력 차이가 대입 성공률 격차로 이어지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 '경쟁 위주의 대입 제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장승진 좋은교사운동 정책실장은 "검정고시 후 수능 응시자 증가 배경에는 입시 정책이 굉장히 큰 영향을 준다는 게 핵심"이라며 "수도권 대학들은 정시로 뽑는 비중이 40%로 굉장히 높다"고 진단했다. 장 실장은 "학교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에 집중하는 소위 '정시 파이터'들이 늘어날수록 사교육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공교육의 가치가 훼손된다"며 "대입에서 정시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검정고시를 '악용'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도 "대입에서 정시 비중을 40%로 확대한 2019년 이후로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들이 늘어나는 추이가 나타났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결과적으론 내신 상대평가 제도가 존재하는 이상 고등학교는 내신 1등급을 만들어주기 위한 인원을 채워주는 곳에 불과하다"며 "내신 절대평가 도입, 수능 자격고사화 등 입시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