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김건희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일대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혼란스러웠다. 이들은 거리에 나와 "김건희 무죄"를 외쳤다. 곳곳에선 김 여사 구속을 촉구하는 유튜버들과 말다툼도 벌어졌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김 여사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된 이날 오전 10시10분 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정곡빌딩 남관 앞에 속속 집결했다. 지지자들은 오전 10시45분께 400여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현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스크린에 '김건희 여사님 힘내세요' 문구를 띄웠다. 무대에 올라선 남성의 "김건희" 선창에 "여사님"을 따라 외쳤다. 이어 "우리가"에는 "지킨다"를 후창했다.
빨간색 '윤 어게인(YOON AGAIN)', '온리 윤(ONLY YOON)'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이재명 구속'이 적힌 띠를 머리에 두른 이들도 있었다. 33도의 무더운 날씨에 집회 참가자들은 얼굴에 두건을 두르고 목에 휴대용 선풍기를 착용했다. 태극기 무늬 양산으로 볕을 가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대에 오른 유튜버 안정권 씨는 "김 여사의 구속심사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협박 수단이다. 자식이 없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를 보는 심정이 어떻겠냐"며 "가족을 인질로 붙잡고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인정하라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주부 곽모(47) 씨는 "나라가 걱정돼 오늘 처음 나왔다"며 "구속될 여지가 없는데도 뭐라도 찾아보겠다고 혈안이 된 것 같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의 광복절 특별사면도 그렇고 공감이 안 간다"고 말했다.
손에 태극 문양이 그려진 북을 든 40대 이예슬 씨는 "지금 돌아가는 모든 게 무법상태"라며 "이럴거면 이재명 대통령의 아내 김혜경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정숙 여사도 똑같이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 건너편에는 김 여사 구속을 촉구하는 유튜버 '정치한잔', '사자후TV' 등 8명이 있었다. 이들은 '김건희 네가 있을 곳은 감빵'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고 '축하합니다. 감옥갑니다. 김건희 이젠 정말 감옥갑니다' 가사의 노래를 송출했다.
이들이 "(김건희) 여사는 무슨 여사냐"고 하자 바리케이드 너머에 있던 유튜버 안 씨 등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욕설을 했다. 경찰은 이날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경력을 배치하고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웠다.
김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공천개입(정치자금법), 건진법사·통일교 청탁(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여사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밤이나 다음날 새벽께 나올 전망이다. 헌정사에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은 5명에 이르지만 배우자가 동반 구속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김 여사가 구속된다면 헌정사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반 구속되는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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