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중심 경기 의존적 세입 지적
"구조적 결함 개선, 적정 교육비 기준 필요"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인천 A 초등학교는 올해 7월 예산 부족으로 하루 2차례 교실 냉방기 중단을 결정했다. 학교가 전기요금, 냉난방비 등 기본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이 학교의 운영비는 전년보다 5700만원 줄어든 6억4000만 원. 학교는 교무실·행정실·교장실 냉방마저 중단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인데도 '왜 에어컨이 나오지 않느냐'는 학부모 민원까지 감당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시도교육청이 교육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79%),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기타 수입으로 구성된다. 지방교육재정은 내국세와 연동돼 안정성이 떨어진다. 세수가 많을 땐 많아지고, 적을 땐 같이 줄어든다.
문제는 학령 인구는 줄었어도 교원 인건비·법정경비·국가 시책(무상급식·무상교육·늘봄학교 등)에 따른 경직성 경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겸 지방교육재정 교육감 특별위원장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의 현재, 미래는?'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지난 3년 간 세수 감소와 정책 변경 등으로 지방교육재정은 최소 20조원 이상의 결손이 발생했다"며 "전국 교육 현장은 필수적인 교육사업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감, 교육재정 전문가, 시도교육청 관계자 등은 지방교육재정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발제를 맡은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학생 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학급 수 변화는 미미하다"며 "비교과교원 수와 추가적 교육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고수요 학생' 수는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2005년 대비 전문상담·사서·보건·영양교사는 3배, 기간제교원 2.6배 증가 △다문화학생 수 2021년 대비 2024년 4.1배(4만7000명에서 19만4000명), 특수교육대상자 수 1.36배(8만5000명에서 11만5600명) 증가 등을 근거로 들었다.
2005년과 비교해 2024년 기준 초등학생은 152만7000명(38.0%), 중학생 67만8000명(33.7%), 고등학생은 45만9000명(26.0%) 감소했지만 학급 수는 비슷하다. 이 본부장은 "2005년의 학급 수를 100으로 보면 2024년 전체 학교급은 99.1, 초등학교 98.8, 중학교 95.4, 고등학교는 103.6"이라며 "지방교육재정의 변화는 성공적 학교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확보된 재원을 소진하는 방식으로, 학교 수와 학급 수로 재정을 배분해 발생하는 비효율·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학교·학급 규모와 학생 특성에 기반한 수요를 반영하고, 적정 교육비 기준 마련과 증거 기반 성과 중심의 배분 방식 정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자인 문형남 인천광역시교육청 예산담당서기관은 "최근 국가 세입 감소에 따른 연이은 세수 재추계와 정부 추경으로 지방교육재정의 핵심 기반인 보통교부금은 해마다 감액되고 있다"며 "정책사업은 물론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문 서기관은 옥상 방수, 창호 교체, 급식소 환경개선 등 학생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필수시설 비용이 경직성 경비 우선 대응을 위해 우선 감액 대상이 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현재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세입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국세 중심의 경기 의존적 세입 구조, 인건비·법정 경비·국가시책 등으로 고정된 경직적 세출 구조,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을 지방교육청이 책임지는 비대칭적 재정 책임 구조라는 근본적인 구조적 결함"이라며 "세입 구조 개편, 경직성 경비 조정, 재정 책임의 분담 원칙 재정립 등 전면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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