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청량리 일대 9개 전통시장을 나인 보우(9bow)마켓이라는 테마로 재편하고, 글로벌 톱5 전통시장으로 키우겠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청량리시장 일대를 하나로 묶는 '청량마켓몰'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명품시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를 펼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청량리역 일대 9개 전통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 세계적 관광명소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경동시장과 청량리 종합시장 등 지역 내 전통시장은 다양한 품목과 저렴한 가격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하드웨어 기반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다양한 품목이 다 모여 있는 청량리 전통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해 엄청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4N 시티' 전략을 중심으로 남은 임기에 집중한다. △NICE(좋아요 동대문) △NOW(지금 여기 동대문) △NEW(변화와 혁신의 동대문) △NEXT(미래를 여는 동대문) 등 비전과 전략을 담은 구정 슬로건이다. 특히 'NEXT'인 교육 분야에 중점을 두고 힘쓸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걷기 좋은 도시와 교육 도시를 두 축으로 도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교육 인프라와 교사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교사들이 먼저 오고 싶어 하는 교육도시 동대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는 '연결'을 핵심 가치로 삼아 도시의 공간, 기능, 사람을 유기적으로 잇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이 구청장이 지난 2월 일본, 6월 미국 출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영감에서 비롯됐다. 누구나 걷고, 머물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워킹시티(Walking City)'로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청장은 "도시의 모든 변화와 성장은 결국 연결에서 시작된다"며 "임기 초부터 꽃의 도시, 걷기 좋은 도시 조성, 교육과 복지의 유기적 연계, 전통시장과 문화공간의 통합 등 다양한 연결 기반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대문구의 오랜 숙원이었던 삼천리 연탄공장 부지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매입과 철거를 완료한 구는 이곳을 문화·복지·교육이 어우러진 일상 속 문화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삼천리연탄공장 부지는 56년간 지역 주민의 숙원이었으며, 민선 8기 출범 후 매입과 철거를 완료했다"라며 "주민 친화적 복합문화거점으로 재탄생해 동대문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민선 8기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임기 초부터 도시 공간을 걷기 좋고, 보고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 나가기 위해 '꽃의 도시 동대문구'를 추진해 왔다. 자투리땅과 유휴 공간, 삭막했던 가로변에 화사한 화초를 심으며 도심 속 작은 정원들을 하나둘 만들어 왔고, 봄이면 장안벚꽃길과 중랑천 둔치가 꽃으로 물드는 풍경은 이제 동대문구의 계절 명소가 됐다. 이 사업은 탄소중립과도 연결되며, 주민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걷기 좋은 도시와 '교육 도시'를 두 축으로 도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교육도시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이유는.
'교육이 곧 국가'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자본이 바로 '휴먼 캐피탈(인적 자본)'인데, 이를 키우는 핵심이 교육이다. 아이들에게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 그 시작이 공교육의 정상화다. 교육은 복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복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계층과 교육의 사다리를 딛고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정 평등한 사회다. 행정은 그런 디딤돌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 동대문구는 '교사들이 오기 싫어하는 동네'였다. 교육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교사 인센티브제 강화를 통해 우수 인력 유입 기반을 만들 생각이다.
-서울시 최초로 거리가게 실명제를 도입했다. 이유는.
이번 정비가 단순한 철거 행정이 아니라, 오랜 관행을 법과 원칙 안에서 조율하고 정리한 첫 시도였다. 제기동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보행 구간인데도, 오랫동안 불법 노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시민들이 제대로 걸을 공간조차 없었다. 수십 년간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손대기가 어려웠지만 해야 했다. 전체 거리가게 572개소 중 약 44%에 해당하는 249개소를 정비해냈다. 시민들의 보행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주변 상권도 한층 더 정돈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거리가게 정비 최우수구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중랑천에 개장한 수상스포츠체험교육장은 전국 자치구 최초라던데.
남녀노소 누구나 카약과 패들보드를 체험하며 물과 함께하는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됐다. 애초엔 뗏목 운영을 검토했으나 환경청 반대로 무산됐고, 이를 계기로 시는 발상을 전환해 카약 중심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을에는 초등학생 카약 대회 개최와 유소년팀 창단을 계획 중이며, 향후엔 수변 문화 콘텐츠와 관광을 연계해 중랑천을 동대문의 대표 명소로 육성할 방침이다. 10년 뒤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유소년 카약팀을 만들고자 한다.
-동대문구의 이미지 변화를 위해 청량리동 이름도 바꾸려고 시도했는데.
동명 변경은 다소 시기상조인 듯하다. 여론조사를 결과 찬성 5.5대, 반대 4.5 정도다. 청량리에 오래 살던 분들이 청량리에 향수가 크고, 노년층과 젊은층의 갈등 소지가 있어 보인다. 쇄신을 위해 동 이름을 바꾸는 건데, 불필요한 주민 간의 갈등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관이 주도하긴 어렵다. 여론 추이를 보고 어느정도 합의가 되면 시작하려고 한다. 과거 용신동은 용두동과 신설동으로 분동하는데 성공했다. 신설동이라는 명칭이 가진 전국적인 인지도와 자부심을 살려 동대문구 소속감과 정체성을 강화했다.
-동대문(흥인지문)이 동대문구가 아니라 종로구 관할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않은데.
초기에는 종로구청장과 협의해 동대문을 동대문구 관할로 이관하려 했지만, 문화재청의 반대와 종로구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대신, 동대문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계승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청량리역 광장에 빛의 거리와 해시계, 시계탑, 분수대 등을 조성하려고 한다. '아침을 여는 문'이라는 도시 브랜드로 구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동대문구만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새롭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삼천리연탄공장 부지에 조성될 복합문화공간의 구체적 계획과 기대 효과는.
삼천리연탄공장 부지는 56년간 지역 주민의 숙원이었으며, 민선 8기 출범 후 매입과 철거를 완료했다. 현재 서울시 '신성장거점 신속추진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동대문구와 서울시가 협력해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추진 중이다. 문화, 복지, 교육이 어우러진 주민 친화적 복합문화거점으로 재탄생해 동대문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특히 통유리로 운동 공간을 만들어서 24시간 주민들이 운동하게 하면 주민들이 더 숨통이 좀 트이지 않을까 한다.
-전농동 학교 부지 문제를 해결해 2030년에 서울시립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농동 학교 부지는 원래 고등학교 유치를 목적으로 확보된 땅이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측의 이전 희망 부재 등으로 수년간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무려 10년 넘게 펜스에 둘러싸인 채 방치되다 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시유지인 구민회관 부지와 구유지인 전농동 학교 부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행정적인 해법을 모색했다. 목조 디자인을 일부 가미한 서울 최대 규모의 시립도서관이 될 예정으로, 12월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름은 도서관이지만 시민의 복합 문화 공간이 탄생한다. 탄소 중립 빌딩으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구청 상징 색을 '퍼플'(자주색)로 바꾼 이유가 있나.
임기 시작 후에 봤더니 구청 색이 파란색이더라, 내가 추구하는 색은 빨간색인데(웃음). 빨간색과 파란색을 합치니 퍼플이 나오길래 '이거다' 싶었다. 창의 행정과 혁신 행정을 상징하기도 하고, 실제로 전임 구청장 사업 좋은 것은 다 이어받기도 했다. 좋은 건 따라가고, 새롭게 해야할 건 하니깐 시너지가 많이 나더라.
-동대문구는 국민의힘에 쉽지 않은 지역인데 지난 지방선거 당시 모든 행정동에서 승리했다. 비결이 있다면.
명함만 10만 장을 돌렸다. 사람을 많이 만나며 현장에서 직접 소통했다. 당시 동대문구는 오랜 기간 정체된 이미지가 강했고, 지역 정치에도 비전이 없다는 시민 불만이 컸다. 답십리·전농동은 "성동구 반만큼만 바뀌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드웨어조차 낙후된 지역이기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바꿔야 했다. 취임 이후 서울시와 중앙정부에서 받은 각종 상이 54개에 이르는 등 성과를 통해 신뢰를 쌓았다. 또한 공모사업도 대폭 확대해, 작년에는 50억 규모였던 공모사업이 올해는 117억 원 규모로 증가했다.
-1년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사업에 힘을 쓰고 싶나.
좀더 욕심을 내면 전통시장을 속도감 있게 바꾸고자 한다. 하드웨어가 많이 좀 부족하기 때문에 이제 그런 지금 전통시장이 지금 모든 시장이 다 죽어가는데 우리 경동시장과 청량리 종합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 '전통시장에 돈을 왜 이렇게 들이냐'고들 하지만, 사실 이게 엄청난 자산이다. 청량리처럼 이렇게 다양한 품목이 다 모여 있는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서울시와 협력해서 한옥마을도 조성하고, 홈스테이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경동시장, 청량리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싸고 맛있기로 소문났다. 여기에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만 잘 만들면 되는데, 현재는 그런 여건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화장실도 너무 열악하다. 그래서 제가 직접 '화장실 혁신팀'을 만들었다. 시장의 화장실도 호텔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히 물건만 사고 가는 시장이 아니라, 머물면서 커피도 한잔 하고,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머무는 시장을 만들겠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강력한 관광·상권 자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명품 시장으로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다시 도전할 계획인지
무조건 나갈 생각이다. 임기 초반에는 너무 힘들다 싶었는데,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서 마무리를 할 생각이다. 다른 분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더 잘할 것 같다. 당 경쟁자는 신경 안 쓴다. 있으면 경쟁하면 되지 않겠나(웃음).
-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3년간 행정을 해보니, 주민들은 늘 답이었다. 지금까지 동대문구가 걸어온 길은 '연결'의 여정이었다.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도시, 그 안에서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프로필
△1959년생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 △고려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정치학 석사 △국가정보원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행정관 △홍준표 JP희망캠프 조직1본부장 △윤석열 선거캠프 조직통합위원장 △민선8기 동대문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