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형사절차에서 범죄피해자의 법률 조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권고했다. 피해자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법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피해자변호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인권위는 지난 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한 권고문을 통해 △모든 범죄피해자에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할 것 △증인신문 절차에서 피해자 측 변호사의 이의제기권을 법에 명시해 2차 피해를 예방할 것 등을 제안했다고 10일 밝혔다.
피해자변호사제도는 범죄피해자가 형사절차 전반에서 법률적 조력을 받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현행법상 피해자의 진술권은 헌법 제27조 제5항에 의해 기본권으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폭력처벌법 등 일부 6개 특별법에서만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인권위는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을 언급하며, 범죄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하고 형사절차에 적극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소송 당사자로 인정되지 않아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 2건을 조속히 의결해,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게도 국선변호사 선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70세 이상 고령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인권위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고령층의 높은 빈곤율, 70세 이상 피고인에게는 이미 국선변호사 선임이 의무화돼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역시 동일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