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형준 기자]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집창촌인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 철거민들이 강제 철거 이후 4개월 넘게 길거리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강제 철거가 부당하다며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는 7일 낮 12시19분께 서울 성북구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 앞에 집결해 텍사스촌 일대 300m를 행진했다. 이주대책위는 '투쟁'이 적힌 우산을 들고 "생존권을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미아리 텍사스촌이 있는 신월곡1구역은 지난 2022년 1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뒤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4월16일 미아리 텍사스촌에 거주하던 철거민 2명에 대한 명도집행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달 9일 미아리 텍사스촌 성매매 업소 1곳을 추가로 강제 철거했다.
명도집행 이후 거주지가 사라진 텍사스촌 여성들은 길거리에 나앉았다. 특히 최근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궂은 날씨에도 오갈 데가 없어 천막이나 지인 집을 전전하고 있다.
A 씨는 "언니나 동생 집을 가거나 성북구청 앞에 펼친 천막에서 지내고 있다"며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기에 여성인권센터같은 곳에서 단체생활을 할 수도 없고,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씨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지만 지인들도 봐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 어떻게 잠을 잘 수가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성북구청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숙식을 제공하는 직업훈련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현재 관련 계획이 수립돼 오는 10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이주대책위는 구청의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성노동자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주대책위는 "우리는 직업훈련시설이 필요한 게 아니다. (성매매) 생활을 그만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이 있고, 미용자격증도 있다"며 "당장 누워 있을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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