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국회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용 도서(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낮추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AI 교과서 발행사·개발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개정안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현재 국무회의 공포를 앞뒀다.
씨마스, 엔이능률, 아이스크림미디어, 천재교과서, 동아출판, 비상교육, 교원사 등 AI 교과서 발행·개발사(에듀테크사)와 한국교과서협회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AI 교과서 교육자료 격하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학습 현장에서 AI 교과서를 사용한 교사들의 긍정 평가가 70%를 넘는 등 교육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며 "개정안은 폐기되거나 최소 1년 간의 검증 과정을 거친 후 재논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발행사들은 법안 개정이 확정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등 법적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정책을 신뢰하고 개발에 참여했는데, 법 개정으로 교육자료로 분류될 경우 채택률이 떨어져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반드시 채택해야 하고 무상교육 대상이지만, 교육자료는 예산 지원 근거가 없다. 현재 30% 수준인 AI 교과서 채택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교육업계 추산한 약 8000억 원의 AI 교과서 개발비가 고스란히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
발행사들은 AI 교과서가 학습 격차 해소와 학습 소외계층 지원에 기여하는 도구인 만큼, 이번 입법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2차년도에 해당되는 초등 5·6학년 교과서 등의 검정 심사가 (개정안 통과로) 종료된 부분에 대해서는 소급입법 금지, 신뢰 위배 등을 이유로 이달 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이사도 헌법소원에 대해 "저희 기본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부분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지금부터 구체적·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행사들은 AI 교과서가 교육자료가 되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보욱 비상교육 대표는 "AI 교과서는 공교육 전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합포털 진입페이지 등 사전 시스템이 먼저 운영돼야 한다"며 "교육자료로 전환되더라도 공교육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게 교육부가 지속가능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1년 만이라도 써보면 충분히 선생님·학생·학부모님들을 설득할 수 있다, 써보고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써보지도 않고 이 귀중한 것을 사장시켜버리는 게 과연 맞는 것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