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입법예고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개정안)'에 대해 "취약계층의 건강권과 의료권, 생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토론 및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외래 진료 시 일정 금액을 부담하던 정액제를 폐지하고,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정률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길 경우 본인부담률을 30%로 상향하는 '본인부담 차등제'도 포함됐다.
인권위는 "정률제 도입 시 외래 진료 한 건당 본인부담금이 기존 1000~2000원에서 최대 2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고 올해 기준 1인 가구 수급권자 생계급여가 월 76만원인 것을 볼 때 소액의 생활비도 아껴야 하는 수급권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만성질환자나 노인, 장애인 등은 연 365회 이상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충분히 예상된다"며 "단순 횟수 기준으로 30% 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의료 접근성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본인부담 보상제 등 보완책에 대해서도 "의료비가 선지출된 이후 환급하는 구조로, 진료 시기를 놓치거나 의료 이용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정부의 의료급여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그동안 의료급여 재정이 대폭 증가해 온 사정을 감안할 때 국가 재정의 합리적 개선을 마련하고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면서도 "수급권자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과 질환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진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추진될 경우,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급권자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개정안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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