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형준 기자]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잇따른 사망 사고에 노동계가 정부에 산재 예방 협의체를 구성하고 하청 구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사망사고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죽음의 일터를 삶의 일터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다단계 하청 구조를 없앤 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사고 원인에 노동자 개인과실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험 작업이 하도급 업체에 전가되고 있으며, 작업 현장의 안전관리가 분절되고 책임 주체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8일 강원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30대 김모 씨가 일하던 중 약 8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지난달 2일에는 충남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50대 김충현 씨가 홀로 선반작업을 하다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대책위는 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일할 때 사용하는 임시 발판 구조물인 비계 종류가 달랐으면 이번 사고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김 씨는 당시 발전소 시스템비계를 사용하지 않고 하청업체가 들고 온 강관비계를 사용하다 추락했다"며 "발전소처럼 작업이 많은 곳에 정말 시스템비계가 없었겠나, 이를 빌려줬다면 김 씨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사용했던 강관비계는 시스템비계보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간격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이재명 대통령은 매일 '산재 예방'을 외치고 있지만, 산재 예방 대책을 마련할 논의 기구조차 출범시키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은 말 한마디에 막중한 무게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이야기가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가 되서는 안 된다"며 "산재로 가족과 동료를 잃은 이들에게 더 이상 거짓을 말하지 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 30여명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통령 집무실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에 가로막혀 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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