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정소양 기자] 서울시가 도시 곳곳을 숲처럼 바꾸는 '정원도시'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도시 미관을 가꾸는 수준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의 정서적 회복, 도심 활력 회복까지 포괄하는 종합 도시전략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3년 '정원도시 서울' 비전을 선포한 이후, 도시 곳곳에 정원과 숲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도보 5분 안에 녹지를 만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까지 총 790곳, 약 55만㎡ 규모의 정원을 조성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서울시는 도심 재정비와 고밀·복합 개발을 병행하며, 공공기여 방식으로 도심 녹지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특히 종묘~퇴계로 일대(44만㎡)에 약 14만㎡ 규모의 공원과 녹지를 조성해 '연트럴파크' 4배 이상의 녹지축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도심 녹지율을 기존 3.7%에서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녹지생태도심이라는 전략을 통해 규제의 그늘에 가려진 원도심을 시민의 삶터이자 쉼터로 재창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의 '정원도시' 정책은 시민이 일상에서 가까이 녹지를 접하며 심리적 치유와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도심의 고밀 개발과 공공기여 방식을 통해 대규모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보다 거시적인 도시 재생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책은 각각의 접근법으로 서울 전체를 녹색도시로 재편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도심녹화 전략은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봄 발표한 대기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공원(공원)의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개수는 1㎥당 103개로, 도심 지역의 238개 대비 43.1%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이번 분석에서 △나무를 비롯한 식생의 대기질 정화 △플라스틱 오염원 유무 및 거리 △저온다습한 미기후(Microclimate) 등 효과로 도심 평균 대비 공원의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적게 나온 것으로 봤다.
정원도시는 단순히 환경 개선을 넘어, 시민의 심리 건강과 복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 정원처방'이라는 시민 참여형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우울, 외로움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 자연 속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둘레길 등 11개소에서 시범 운영한 효과를 기반으로 올해는 산림치유센터, 서울둘레길, 치유의숲길, 유아숲체험원, 거점형 공원 등 서울시전역 134개소에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2만2805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만족도는 96.9%에 달했다.
정원처방은 정원산책, 숲요가, 꽃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청년센터, 노인복지시설 등 256개 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PTSD를 겪는 소방관, 고립된 청년 등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다만 정원도시 정책의 확산을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벽도 있다. 대표적으로 정원 조성을 위한 부지 확보가 어렵고, 도심 외곽과 비교해 중심지는 비용 부담과 규제 해소의 난이도가 높다. 또 지역별 녹지 접근성 격차, 관리 주체의 부재, 시민 참여 기반 부족 등도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시는 앞으로도 '정원도시 서울' 조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6일 '민선 8기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숲과 가까운 곳은 기온이 많게는 4도 이상 낮아진다는 과학적 분석이 있다"며 "산과 물을 품은 서울의 특성을 살려 수변공간과 생태숲 조성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