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 전역에서 여름철 불청객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도시환경 변화로 급속히 확산된 이 곤충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시민들의 생활 불편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어 각 자치구가 친환경 방역과 주민 홍보, 민관 협력 체계 구축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 전역에서 '러브버그'가 대량 출몰하며 생활불편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날개가 달린 붉은색 몸체의 소형 곤충인 러브버그는 짝을 이룬 채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특성으로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차량에 달라붙어 시야를 방해하거나 건축물에 사체가 붙어 부식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으로 '여름철 불청객'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시의회 윤영희 의원(국민의힘·비례)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 방제 민원은 2022년 4418건, 2023년 5600건, 2024년 9296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695건의 민원이 들어와 역대 최다 민원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민원은 방역 요청이었다.
러브버그의 주요 발생 시기는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로, 번식 후 2주 이내에 자연 소멸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도심을 대거 점령하며 시민의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윤영희 의원은 "이번 수치는 러브버그 유행이 본격화되기도 전의 수치"라며 "단순한 불쾌감과 환경 논쟁을 넘어 시민 생활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불편과 위협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자치구별 민원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금천구가 698건으로 최다였으며, 은평구(599건), 관악구(508건), 강서구(410건) 순이었다. 서울 서남권과 서북권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으며, 기존의 하천변·공원 중심 출몰 패턴에서 벗어나 도심 주거지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가장 민원이 적은 자치구는 송파구(8건)였다. 이어 강동구(12건), 성동구(25건) 순으로 적었다.

◆자치구들, 친환경 중심의 방역 총력…포집기·살수·자율방역 병행
이에 따라 서울 각 자치구들도 친환경 중심의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던 금천구는 7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을 '동네방네 방역데이'로 지정해 일제 방역을 시행 중이다. 보건소 방역처리반과 주민자율방역단 100여 명이 함께 민원 다발 지역과 방역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분무 방역을 실시하며, 포충기와 해충기피제 분사기를 추가 설치하는 등 물리적 방제도 강화하고 있다. 사유지 방역을 원하는 주민에게는 휴대용 분무기를 무료 대여하며, 실생활 방역을 유도하고 있다.
은평구는 백련산과 북한산 등 야산 인근에 광원·향기 유인 포집기 총 21대를 설치하고,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살수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주민 대상 대응요령 포스터, 영상, 현수막 등 홍보물도 배포해 자율방제를 독려하고 있으며, 환경부와 서울대가 추진 중인 '대발생 곤충 개체수 조절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마포구는 보건소 방역기동반과 민간 방역업체가 협업해 물 분사 중심의 친환경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SNS와 누리집을 통해 창문 방충망 점검, 어두운 옷 착용, 야간 조명 최소화 등 실천 가능한 대응법을 안내하며 주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있다.
양천구는 4개 방역팀 총 400여 명이 참여하는 '민관 긴급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대량 출몰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과 물 분사 방역을 실시하며, 조명 줄이기·차단망 점검 등 생활 속 실천 방법을 적극 홍보 중이다.
구로구는 보건소 방역반과 함께 새마을자율방역단, 가가호호 방역봉사단 등 주민과 협력해 차량 순회 방역, 유충구제, 방문 방역 등 다양한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역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생활방역 캠페인도 운영 중이며, 필요시에는 제한적인 화학 방제도 병행한다.
성북구는 건강관리과를 중심으로 공원녹지과, 자치행정과 등과 협업해 구 전체를 권역별로 나눠 순회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산, 북악산 등 주요 녹지 지역은 물론 민원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전문업체와 용역을 맺고 신속 대응에 나섰다. 살수 방역과 유인 포집기를 병행하는 통합 방식으로 생태계에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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