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구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행정’을 핵심 철학으로 내세워 왔다. 30여 년간의 공직 경험과 지방행정 실무를 바탕으로 서초구를 서울의 미래를 선도할 ‘살고 싶은 도시’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행정은 이어질 때 비로소 진짜 힘을 발휘한다"며 정책의 연속성과 구민과의 실질적 소통을 강조했다.
전성수 구청장은 지난 17일 집무실에서 진행한 <더팩트>와 민선 8기 3주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약 이행률 90%를 목표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약은 구청장 개인의 약속이 아니라 1900여 공직자와 함께 지켜야 할 신뢰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취임 3년 만에 총 74개 공약 중 59개를 완료하며 높은 실천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성과보다도 과정을 더 중시하며, "매일매일 한땀한땀 정책을 완성해 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초구는 지난해 AI특구와 관광특구로 연이어 지정되며, 서울의 디지털·관광 혁신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구청장은 "특구 지정 자체보다 실행력이 중요하다"며, 민·관·산·학·연·군의 유기적 협력 구조를 준비 중이다. 관광특구 역시 고투몰, 잠수교, 새빛섬 등을 하나로 엮어 ‘체류형 몰입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그는 반포대로를 중심으로 서초구의 문화 자산을 하나의 ‘서초문화벨트’로 엮는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리풀 악기거리 △서리풀 음악축제거리 △아·태 사법정의 허브 △서초 책있는거리 △고터세빛 관광특구 등 5개 테마로 나뉜 문화축을 조성하고, 주민이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아·태 사법정의 허브’에 애정이 크다며, "서초가 아시아·태평양의 사법정의 허브가 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전 구청장은 도시개발뿐 아니라 주민 소통에도 진심이다. ‘찾아가는 전성수다’, ‘구쫌만(구청장 쫌 만납시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주민과 직접 대화하고 있으며, 지난 25일에는 서초의 100년 미래를 공유하는 대규모 정책포럼도 열었다. 그는 "행정의 최종 목표는 구민의 행복"이라며 "도시의 백년대계를 주민과 함께 설계하고, 그 과정 자체가 서초다운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지방을 망라한 30년 공직 생활을 거쳐 자치구를 직접 운영해본 소감은.
30년 가까운 공직 생활 중 23년을 지방행정에 몸담았다. 서울시와 인천시를 거치며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고, 특히 오세훈 시장 1기 때는 서울시 행정과장을 지내면서 25개 자치구와 시청 간의 소통과 협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행정의 구조나 시스템, 흐름에는 익숙했다. 하지만 구정을 직접 책임지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책임감이 훨씬 무겁고, 결정 하나하나가 주민의 일상에 직결돼 무게감이 다르다. 다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행정이 현실에서 효과를 발휘할 때 주민의 삶이 바뀐다는 것을 매일 체감한다.
-취임 초기 구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처음부터 '구민과의 약속'에 집중했다. 선거 당시 제시했던 공약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집중했다. 취임 후 3년 만에 74개 중 59개를 완료했다. 구청장 개인이 아닌, 1900여 서초구청 직원들과 함께 이룬 결과다. 공약은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공약을 실현해내는 과정을 통해 구민과 행정 간의 신뢰가 형성된다고 본다.
-민선 8기 막바지인데 지금까지 가장 보람 있는 성과는.
서초구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하는 '2025년 민선8기 3년차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9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은 일이다. 단지 올해 성과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누적된 행정 시스템과 정책의 일관성 덕분이다. 특히 조은희 전 구청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좋은 정책들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이 주효했다. 행정은 ‘단절’보다는 ‘연결’일 때 힘을 발휘한다. 민선 8기의 성과라고 말하기보다, 서초 행정의 연속성과 협업의 힘이라고 보고 싶다.
아울러 교대역 13~14번 출구 앞 횡단보도 개통이 기억에 남는다. 그전에는 약 500m를 우회하거나 지하보도를 이용해야 했고, 어르신들이 계단 이용을 어려워해 무단횡단 위험까지 있었다. 주민 불편해소와 보행안전을 위해 서울시·서울경찰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했고, 마침내 8년 만에 설치를 이끌어 냈다. 또한, 반포동사거리 남·동측 횡단보도 신설도 15년만의 결실이다. 올해 말부터는 고속터미널사거리를 횡단보도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건널 수 있게 된다.
-AI특구와 관광특구 지정 이후 서초구의 비전은.
특구 지정은 출발선일 뿐이다. 실질적인 성과는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국에 100개 넘는 특구가 있지만 제대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AI특구는 특히 초기 5년이 성패를 가른다고 본다. 서초구는 민·관·산·학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이미 구축하고 있고, 인공지능 산업이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도 마련 중이다. 올해 6월 준공 예정인 ‘강남 데이터센터’ 내 9층 건물을 통임대해 ‘AI 우수기업 지원센터’를 조성한다. 또 1100억원 규모의 AI 스타트업 펀드도 조성 중이다. 관광특구는 단순히 외국인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고투몰과 잠수교, 새빛섬 등을 하나의 관광 루프로 묶어 ‘머무는 서초’, ‘체험하는 서초’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서초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겠다.
-반포대로는 거리축제 공간으로 인식돼왔는데 ‘서초문화벨트’는 어떻게 착안했나.
서초에는 예술의전당, 고속터미널, 법조타운, 서리풀거리, 우면산 등 뛰어난 문화 자원이 흩어져 있다. 이들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와 맥락이 있는 문화 축’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 서초문화벨트다. 즉 구슬처럼 흩어진 문화 자산들을 하나로 꿰는 작업이다. 각 공간에 책, 음악, 법, 자연, 관광이라는 다섯 가지 테마를 입혀 하나의 문화 네트워크로 묶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외형적인 공간 정비가 아니라, 주민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에 노출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이 있다. 계절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도 있다.
-특히 애착이 가는 문화벨트 구간은 어디인지.
‘개인적으로 ‘사법정의거리’에 가장 애정이 많다. 서초는 대한민국 법조의 중심지다. 대법원, 대검찰청, 로펌,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이 지역을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법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향나무를 상징수 선정, 그 주변에 공간을 조성하고, 횡단보도 위치도 보행자 눈높이에 맞게 조정했다. 도로 바닥에는 짧은 격언들을 새겨 넣을 예정이다. 작은 변화지만 도시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시민들도 그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장기적으로는 서초를 아시아 태평양의 ‘사법정의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공약 이행률 90%를 목표로 하는 이유는.
공약은 정치인의 신뢰 문제이자 행정의 실천력 문제다. 단순히 수치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행돼야 한다. 90%라는 목표는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수치다. 이미 59개 공약을 완료했고, 나머지도 대부분 실행 중이거나 추진 가능 단계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나하나의 정책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추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주민 반응은.
제도 시행 초기에는 3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지만, 대다수는 절차 문의였다. 서초구는 법상 지정 권한은 없지만, 주민의 재산권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전문 행정인력을 투입해 Q&A 자료집을 만들고, 맞춤형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가능하면 혼란을 줄이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다.
-구정 철학인 ‘화답행정’은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화답행정’은 말 그대로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에 응답하는 행정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찾아가는 전성수다’를 통해 동네 골목을 주민과 함께 돈다. 현장에서 나오는 민원, 불편, 아이디어를 즉각 메모하고 구청 부서와 공유해 반영하고 있다. ‘구쫌만’이라는 소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데, 구청장을 만나고 싶은 주민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주민과 함께 가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새 정부에 제언을 한다면.
기초지자체는 ‘국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행정을 담당한다. 그만큼 종합행정의 최전선이고, 가장 민생과 밀접한 곳이다. 기초단체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현장에 있어야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에 응답할 수 있다. 주민의 불편에 응답해주는 행정은 단순한 민원 해결을 넘어서 감동을 줄 수 있다. 중앙정부도 지방을 단순한 집행기관이 아닌,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지역 특성에 맞춘 유연한 지원이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강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금 추진 중인 많은 사업들이 장기적인 안목과 지속성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AI특구와 문화벨트, 사법정의거리 조성, 서리풀지구 개발 등은 1~2년 내에 완결되기 어렵다. 서초의 100년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만큼, 중간에 끊기지 않고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주민의 뜻이 허락한다면, 저는 그 역할을 계속 맡고 싶다.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분야는.
도시 발전과 구민 행복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도시 전략과, 구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병행해 나가겠다. 한쪽은 스마트 도시, AI 산업, 교통 인프라 같은 미래형 도시 전략이고, 다른 한쪽은 골목길 정비, 교육·복지, 문화 공간처럼 주민이 직접 체감하는 생활밀착형 정책이다. 이 두 축이 조화를 이뤄야 진짜 지속가능한 도시가 된다. 서초는 인프라도 좋고, 인적 자원과 문화 자산도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구민들께 남기고 싶은 말은.
기초지자체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이다. 교육, 복지, 안전, 문화 등 삶의 전반을 책임지는 종합행정이자 현장행정이다. 그 중심에는 항상 ‘화답행정’이 있다. 주민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그 기대에 응답하고,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행정이 진짜 신뢰받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앞으로도 저는 현장에 나가 주민과 함께 걷겠다. "서초에 살아서 참 좋다"는 말이 언제나 이어질 수 있도록, ‘일 잘하는 구청장’, ‘생활에 힘이 되는 구청장’으로 남겠다. 서초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가겠다.
◆전성수 서초구청장 프로필
△1961년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 박사 △제31회 행정고시 △서울시 행정과장·총무과장 △전 행정안전부 대변인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 총영사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 △민선8기 서초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