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좌초 위기…강남 편중·비용부담 한계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5.06.21 00:00 / 수정: 2025.06.21 00:00
서울시-고용부, 비용 부담 해법 놓고 입장차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지난해 8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지난해 8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서울시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의 정식 도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올해 상반기 중 본사업 전환할 예정이었으나, 비용 부담과 제도적 한계로 시범사업만 1년 연장된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필리핀 국적 인력 1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였지만, 여러 논란으로 시범사업 종료 이후에도 본 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현재 86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143개 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식 사업 계획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달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본사업 추진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만족도는 84%로 높았지만,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임금'이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 비준국으로,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과 노동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 퇴직금, 운영비 등이 반영되며 시범사업 내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1만6800원까지 올랐다. 주 5일,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이용 시 월 292만 원이 가정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당초 서울시는 시급 1만3940원으로 책정했지만, 이후 2860원이 인상되며 주 40시간 기준 월 이용료가 243만 원에서 292만 원으로 뛰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매우 저렴한 외국인 인력 도입은 국제적 위상과 노동환경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 세미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 세미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시

이러한 고비용 구조로 사업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시범사업 초기 신청 가구의 43%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중되며 '강남 전용 서비스'라는 비판이 나왔다. 임금 체불, 숙소 통금 등 노동 조건 논란에 더해 '돌봄비용 완화'라는 사업 본래 취지도 흐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고용부는 ILO 협약과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이다.

한은숙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지난 17일 '외국인 가사관리사 관계자 간담회'에서 "최저임금과 노동법이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당초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 어렵다"며 "보완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본사업 추진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한계에도 국내 돌봄 인력난을 보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자격증을 보유하고, 신원 검증도 마친 인력이다.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으로, 고령화된 국내 돌봄 인력 구조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가사관리사 서비스 제공업체인 휴브리스 전창민 대표는 "기존 돌봄 노동자들이 고령인 탓에 한계가 있었지만, 젊은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직접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놀이가 다양해졌고, 긍정적인 반응도 많이 나왔다"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회사가 직접 고용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문제가 생기면 양측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이용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정부의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돌보미를 파견하고, 가구 소득에 따라 이용 비용을 차등 지원하는 제도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현장에서 젊고 또 친절하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수요는 충분히 있단 말씀드린다"라며 "공공 아이돌봄 틀 안에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포함해도 문제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관련 협의를 이어가며 제도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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