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1년 만에 중단한 가운데 소음 피해에 시달리던 접경지역 주민들은 12일 "조용한 마을을 되찾았다"며 환영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 주민 함경숙(61) 씨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철조망 쪽으로 북한과 가까워 대북 방송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인데, 조용하고 편안해졌다"며 "오랜만에 잠을 푹 자 머리 아픈 것도 사라졌다. 주민들끼리 축하 파티를 해야 한다며 모처럼 행복해한다"고 웃었다.
함 씨는 "강화가 정말 좋은 곳인데 1년 동안은 공포 분위기였다. 농부들은 밭에서 일하다 깜짝 놀라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며 "근본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든, 방송이든 우리가 하지 않으면 된다. 앞으로도 서로 평화로운 세상에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주민 윤설현(58) 씨는 "솔직히 하루 만에 상황이 바뀌어 긴가민가 하기도 한다"면서도 "시골이라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아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다 환영한다"고 전했다.
윤 씨는 "대북 방송 소음이 심한 때는 가장 중요한 숙면도 못 취하고 일상생활을 못했다. 어떤 때는 소리가 너무 커 대화도 힘들 정도인 곳도 있었다"며 "(북한의) 반응이 빨리 왔다는 점도 다행인 것 같다. 이번 기회로 우발적인 사고를 대응하기 위한 확실한 체계를 만들거나 (남북관계를) 차츰차츰 복원해 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대북 방송 중단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그동안 대북 전단과 북한의 오물풍선, 대북 방송 재개까지 이어진 일련의 강경조치로 접경지역 주민들은 평화적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며 "이번 대북 방송 중단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어야만 했던 불안과 위협은 일정 부분 완화될 것 같다"고 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도 "접경지역의 군사 충돌 위기를 조장하고 주민들의 삶에 큰 피해를 준 대북 방송이 중지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 대북 방송 중지 이후 북한의 대남 방송도 들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접경지역에서의 심리전과 군사훈련을 금지하는 등 남북관계 발접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군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2시부터 전방 전선에 설치된 대북 방송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 역시 대남 방송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며 "군은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북한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오물 풍선을 내려보내자 같은 해 6월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 방송은 2018년 이후 약 6년 만이었다. 이에 북한도 같은 해 7월부터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 특히 대남 방송에는 쇠 긁는 소리와 귀신 울음 소리 등이 담겨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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