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서울·경기 5개 지역의 학령인구는 감소했지만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지출하는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월평균 영어유치원비는 135만원을 넘었고, 경기 주요 5개 지역도 122만원에 달했다. 하루 평균 교습시간은 서울·경기 모두 5시간 이상으로, 초등 1·2학년과 중학교 1학년 평균 수업시간보다 많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사교육이 영유아 사회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교육 격차를 키운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학령인구 줄었는데 …영어유치원 지출비용 오히려 증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10일 국회에서 서울과 경기 5개 지역 유아(3∼5세) 대상 반일제 이상 영어학원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경기 5개 지역은 고양, 안양, 성남, 용인, 화성이다.
서울 영유아(0∼5세) 인구는 2023년 16만5508명에서 2024년 15만9742명으로 3.5% 감소했고, 경기 5개 지역도 17만7780명에서 17만551명으로 4.07% 줄었다. 그러나 영어유치원에 지출하는 비용은 되레 증가했다. 서울은 2023년 월평균 131만원에서 2024년 135만6365원으로 3.5% 인상됐고, 경기 5개 지역은 111만4209원에서 122만6711원으로 10.1% 증가했다.
월평균 교육비는 교습비 외 모의고사비, 재료비, 급식비, 차량비 등 각종 부대비용이 포함된 수치다. 사교육걱정은 "연간 1476만원에서 1632만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아이 1명당 약 1500만원 가량의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상황"이라며 "방과후 프로그램 등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제외돼 실제 가정의 부담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서울 내 영어유치원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중됐다. 영어유치원 299곳 중 84곳은 강남·서초구에, 47곳은 강동·송파구에 있다. 전체 영어유치원의 약 43%가 4개 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학원에서 운영 중인 반 개수(개설반)도 총 647개 중 강남·서초 181개, 강동·송파 139개로 절반 가량이 4개 구에 있었다.
하루 평균 교습시간은 서울이 5시간 24분(324분), 경기도 5시간 8분(308분)으로 조사됐다. 초등 1·2학년 평균 수업시간(3시간 20분)을 2시간 넘게 웃돌고, 중학교 1학년(4시간 57분)과도 유사한 수준이다.
◆ 영어 조기 사교육 열기 높지만… "효과 없다"는 연구 결과도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은 최근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4세 고시’(영어유치원 입학시험), ‘7세 고시’(유명 초등영어학원 입학시험) 등으로 불리는 조기 선발 경쟁은 학부모 사이에서 경제적 부담과 교육 불안을 가중시킨다. 문제는 소득과 거주 지역이 교육 격차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교육 불평등 해소와 아동 건강권 보호를 위한 공공 정책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인지교육 중심의 사교육은 스트레스, 기억력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사교육 지속기간이 길어지면 사회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은 학교생활 적응, 학교수업에 대한 흥미, 수업내용 이해, 학습태도 등 학습활동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는 게 선행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 등은 어느 가정에서 태어났든 모든 아이들이 격차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교육걱정 등은 "교육당국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 등 조기 사교육 과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며 "과도한 교습시간과 고액 학원비에 대한 제도적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공교육과 보육 인프라를 확충해 모든 유아가 격차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