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3주년] 박강수 마포구청장 "행복도시 1위 비결은 현장"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5.06.05 00:00 / 수정: 2025.06.05 00:00
"재활용으로 소각장 대안 충분"
효도밥상·레드로드 이끈 리더십
보수정당 소속으로 DJ 사저 보존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7일 서울 마포구청 집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7일 서울 마포구청 집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민선 8기 출범 3주년을 앞둔 마포구가 삶의 만족도와 생활 만족도, 사회복지 만족도 등 다수 지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행복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포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2년 연속 주민 만족도 1위를 기록했고, '효도밥상', '실뿌리복지센터', '누구나 운동센터' 등 촘촘한 복지정책을 통해 주민 만족도를 견인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엔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있다. 박 구청장은 탁상행정보다 '현장'을 강조하는 리더십으로 마포의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박 구청장은 오전 8시 30분, 출근과 동시에 부서별 보고를 받는다. 구 사업 현황을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0분. 임기 초반, 관계 부서 국장들이 보고를 위해 매일 아침 구청장실 앞에 줄지어 대기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았다. 이후 각 부서는 단 한 장의 서면 보고서로 핵심만 구청장실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정책 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박 구청장은 "구 사업을 충분히 숙지한 후는 굳이 국장들의 대면 설명까지 들을 필요가 없었다"라며 "임기 전 공약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7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마포구 월드컵천을 걸으며 소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7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마포구 월드컵천을 걸으며 소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마포구 마포자원회수시설(소각장) 사용 연한 연장 결정을 두고 서울시와 마포구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구는 "정당한 절차 없이 진행된 협약이라 무효"라고 반박한다. 시는 지난달 16일 종로·용산·서대문·중구 등 4개 자치구와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변경 협약을 체결했다. 현 협약은 지난달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어 '시설 사용 개시일부터 20년'이었던 협약 기간을 '시설 폐쇄 시까지'로 변경한 것이다. 박 구청장은 "강력한 법적 대응으로 주민들과 같이 힘을 합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갈등의 시작은 202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구청장이 취임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하루 1000t 규모의 신규 소각장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며칠 잠을 설칠 정도로 깊은 고심에 빠졌다는 박 구청장. 잠 못 들던 새벽 1시쯤, 거리로 나서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봉투를 하나하나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종이, 비닐, 플라스틱 등 대부분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였다.

다음날 박 구청장은 구청 직원들과 함께 아파트, 단독주택, 상가 등에서 나온 생활폐기물을 직접 수거해 분류했다. 결과는 같았다. "어느 쓰레기 봉투를 열어도 60~70%는 재활용이 가능했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구는 이후 '소각제로가게', '분리배출 강화', '폐기물 재사용 확대' 등 대안을 시에 공식 전달했다. 박 구청장은 "세상에 재활용 할 수 없는 물질은 없다"라며 "시는 재활용을 해서 소각량을 줄여나가는 등 근본적인 쓰레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이 강조한 ‘현장형 구청장실’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총 478회 운영됐다. 이는 한 주에 2~3회 꼴로 구 곳곳을 직접 살펴본 셈이다. 현장에서 즉시 찾아낸 사례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운영 횟수는 500회를 훌쩍 넘는다. 탁상행정이 아닌 진짜 현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장형 구청장은 구 살림에도 큰 도움이 됐다. 박 구청장은 직원들과 함께 '구유지 찾기 운동'을 전개해 한강변에 땅을 확보했고 반려동물 캠핑장으로 활용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 구청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며 "구청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장 중심 행보가 주민 신뢰와 행복도시 1위 달성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오후 구청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생활 만족도', '행복도', '삶의 만족도' 3개 지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민선 8기에 주민 행복 지수가 올라간 배경은.

주민들은 밥 한 그릇, 이웃 간의 대화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토목공사 대신 소소한 꽃 가꾸기, 소통, 안전 문제에 집중했다. 행복은 꽃 한 송이에서도 시작될 수 있어, 꽃길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나눔 정신'이다. '먼먼데이(먼저 본 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날)' 캠페인을 통해 인사 문화도 조성했다. 작은 인사와 소통이 이웃 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행복한 마포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인 복지를 위한 '효도밥상' 확대 계획을 밝혔다.

어르신, 어린이 등 약자들이 행복한 도시가 되도록 신경을 썼다. 효도 밥상, 효도 숙식, 효도 학교 등이 어르신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효도밥상은 7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영양 가득한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전국 최초로 시행된 노인복지 사업이다. 단순히 급식 제공이 아니다. 법률·세무 상담부터 건강 관리까지 어르신들의 일상 전반을 지원하는 원스톱 통합복지 서비스다. 연말까지 급식소를 100곳으로 늘려 하루 4000명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임기 중 역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가.

마포구 '레드로드'다. 예산 4억 원을 투입해 추진했으며, 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매출 증대를 도모했다.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레드로드, 끼리끼리 등 마포구 골목골목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마포 순환 열차 버스'도 있다. 하루 5000원으로 구의 대표 명소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순환형 시티투어 버스다. '길'을 매개로 한 상권 활성화를 꾀한 거다. 길에 사람이 모이고, 그곳에 상권이 발달하기 마련이다.

-서울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데도 마포 소각장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해결 방법이 전혀 없다면 서울시장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왜 쓰레기 문제 해결책을 찾지 않고 끝까지 소각장 연장 쪽으로만 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매립과 소각은 가장 후진적인 쓰레기 처리 방식이다. 재활용이라는 훨씬 현명한 방법이 있다. 세상에 재활용할 수 없는 물질은 없다. 재활용을 통해 소각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쓰레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환경 문제와 국민 건강권이 걸린 문제다. 당과 무슨 상관이 있나. 1년만 전권을 주면 확실하게 내가 바로 잡을 수 있다. 먼 미래를 위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소각과 매립을 줄여야 한다. 소각 오염 물질이 마포구민을 계속 괴롭힐 거다.

-결국 재활용을 통해 소각량을 줄여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건가.

쓰레기 신규소각장 건립 계획은 처음부터 잘못된 제도에서 출발했다. 쓰레기 처리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각제로가게, 재활용, 분리배출 강화, 폐기물 재사용 확대 등은 신규 소각장 건립 없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며, 여러 차례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에 전달했다. 세상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는 지난달 16일 종로·용산·서대문·중구 등 4개 자치구와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변경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구 계획은.

강력한 법적 대응으로 주민들과 같이 힘을 합쳐서 돌격할 생각이다. 세입자들끼리 집주인 빼고 계약한 것 하고 무엇이 다른가. 기초자치단체에게는 일정 정도 권한과 책임이 있지 않나. 당연히 지자체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맞고, 그렇게 협약을 한 게 5월 31일이다. 이렇게 할 거면 왜 쓰레기 협약을 했나. 협약 안 해도 되는 것 같으면, 구에 매년 왜 돈을 지급해 왔나. 2023년 기준 서울시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의 절반 이상인 50.28%가 마포구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소각장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명백한 불균형이고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7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마포구 월드컵천을 걸으며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길을 둘러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7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마포구 월드컵천을 걸으며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길을 둘러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보존 추진 사업을 두고 일부 비판도 있었다.

'전라도 놈'이라며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치적인 사고로 접근해 역사를 훼손하거나 없애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보수 정당 구청장이니까 "그걸 없애야 된다"고 하는 건 아주 어리석은 거다. 역사는 역사 그대로 보존해야 하고, 잘했든 잘못했든 평가는 후세에 맡겨야 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역사를 훼손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거다. 지자체는 그 역사를 그대로 보존할 의무가 있다.

-내년 임기까지 1년 남았다. 아쉬운 부분이 있나.

지금도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이미 벌여놓은 일들도 있어서 고민이 크다. '마포 강변 8.2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마포 강변은 8.2km로 서울에서 제일 길다. 구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체육관 신설, 군 부대 이전 등 도시 개발 등이 담겼다. 앞으로 한두 달 내에 마무리가 될 거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재선에 도전하나.

솔직히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구청장이 실제로 무척 힘들다. 아내에게도 "너무 힘들다"라고 했는데 "한 번 더 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웃음). 구청장 되고 나서 해외 출장 한 번 가지 않았다. '혈세 낭비'라는 소리 들을까봐, 사비로 가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구청장은 몇 번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

-새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통령은 항상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설령 욕을 먹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라면 가야 한다. 그런 길이라면 거침없이 가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결국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민들께 한 말씀.

지금까지 500번 넘게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늘 답이 있고,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구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구민이 행복한 자치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구청장은 살림꾼이어야 한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 권한을 모두 갖고 있는 만큼, 무능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으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도 부끄럽지 않은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공약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해냈다고 자부한다.

◆ 박강수 마포구청장 프로필

△1959년 5월16일생 △건국대 행정대학원 석사 △대한장애인체육회 사격연맹 회장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 조직총괄본부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자문위원 △민선8기 마포구청장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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