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전투표일이 평일인 데다, 본투표 다음날은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어 현실적으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첫 선거권을 갖게 된 만 18세 유권자는 전국 고3 학생 45만3812명 중 19만2439명이다. 2019년 선거법이 개정돼 만 18세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되면서 선거일 기준 2007년 6월4일생까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3 학생들은 생애 첫 선거권에 들뜬 분위기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파면 이후 치러지는 선거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문제는 선거일인 6월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의 '6월 모의고사'가 예정돼 있어 투표 참여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6월 모의고사는 당초 6월3일 예정돼 있었지만 대선일이 확정되면서 하루 연기됐다.
2007년 5월생인 차모(18) 군은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을 보면서 이번 대선 토론에 관심이 생겼고, 친구들과도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지 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투표를 하려면 등하교 전후 학교에서 멀리 있는 동사무소 등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데,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친구들은 어려워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고3 학생 A(18) 군은 "투표권이 생겨 이번 대선 투표는 꼭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다음날이 모의고사라는 게 걸리기는 한다. 선거일이 휴일이다 보니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반면, (선거권을 갖는 학생들은) 시간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29일과 30일 사전투표가 실시되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본투표일과 달리 평일인 데다 이른 아침 등교를 하거나 하교 후 학원을 가야 하기에 학생들은 고심하고 있다.
전날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는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의 발길만 이어질 뿐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덕성여고, 대동세무고, 중앙고 등 고등학교와 300여m 인접해 있는 가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도 마찬가지였다.
한 투표 안내원은 "아침부터 있었지만 교복 입고 투표하러 온 학생들은 아직 없었다"며 "전날에만 4800여명의 시민들이 투표하러 왔는데, 학교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은 10명 정도 봤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6월 모의고사는 현재 고3 수험생들이 수능과 가장 유사한 조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학습 전략을 조정하는 중대한 기준이 되는 시험"이라며 "등하교와 학원 일정 사이 별도 시간을 확보하기도 매우 제한적이기에 평일에 진행되는 사전투표에도 현실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시민모임)은 "많은 고등학생이 방과후 학교, 학원 등 정규 교육과정 이외 활동에 참여해 사전투표와 본투표 참여에 제약이 존재한다"며 "고3 유권자의 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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