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이윤경·이다빈·정인지 기자] "내란 종식을 위해 하루빨리 투표하고 싶은 마음에 왔어요."
제21대 대통령선거(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서울 곳곳에서는 출근 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내란을 종식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7시 관악구 신사동복합청사 사전투표소에는 시민들의 투표 행렬이 줄을 이었다. 주로 정장 차림에 백팩을 메거나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졸린 눈을 비비며 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보였다. 병원복을 입고 휠체어를 끌고 온 환자도 신분증을 한 손에 꼭 쥐고 투표장에 들어갔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사전투표소 입구에 설치된 표지판을 사진으로 남겼다. 직장인들은 계단을 뛰어 내려가거나 급하게 자전거 자물쇠를 푸는 등 출근을 서둘렀다. 한 시민은 "지금 안 가면 지각"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족끼리 온 시민들은 서로 배웅해 주면서 "집에서 보자"는 인사를 건넸다.
투표 안내원은 "오전 5시30분부터 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며 "4층 투표소까지 계단엔 시민들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시민 강모(53) 씨는 "하루빨리 투표하고 싶어 왔다"며 "차기 정부는 내란을 확실히 종식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전 7시30분 강서구의회에 마련된 등촌제2사전투표소엔 가족 단위의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몸이 불편한 아들의 손을 잡고 온 남성, 부부끼리 함께 투표소를 찾은 시민도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는 투표를 마치고 자녀들과 함께 인증샷을 남겼다.
정덕재(65) 씨는 "내란이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마음에 사전투표를 왔다"며 "차기 정부는 법질서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옥진(45) 씨는 "부디 건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전 8시20분 은평구 녹번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도 시민들이 꾸준히 방문했다. 엘리베이터는 만원이었고 1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지어 대기했다. 이모(52) 씨는 "그동안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빨리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에 왔다"고 전했다.
30대 김모 씨는 "계엄으로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나 외교 뿐만 아니라 힘든 자영업자 등도 잘 살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사전투표가 부정선거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 주장에 선을 그었다. 서초구 반포1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80대 박모 씨는 "공정한 민주주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사전투표소에 왔다"고 말했다.
이선영(37) 씨는 "투표를 못 믿는다는 것은 선거 자체에 불신을 심어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해결될 현안이 많지 않나. 안정된 정치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투표율은 5.24%다. 이는 사전투표 제도가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6·4 지방선거 이후 재·보궐을 제외한 전국단위 선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사전투표는 29~30일 양일간 실시된다. 투표 가능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거주지와 상관 없이 전국 모든 투표소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소 위치는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투표에 참여하려면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등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모바일 신분증도 가능하지만 캡처 등을 통해 저장한 이미지 파일은 인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