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세 사무실'로 은퇴자 노리는 불법다단계…서울시, 피해주의보 발령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5.05.29 11:15 / 수정: 2025.05.29 11:15
단기 임대 사무실 빌려 '고수익 미끼'
시 "투자 권유하는 사기 유의해야"
서울시는 최근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금융 다단계 사기 행위에 대해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남용희 기자
서울시는 최근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금융 다단계 사기 행위에 대해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 퇴직 후 노후 자금을 운용하던 60대 B씨는 지인 소개로 강남 테헤란로 A빌딩에 위치한 '블록체인 교육센터'를 알게 됐다. 깔끔한 오피스 환경과 전문강사를 내세워 정상적인 사업체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단기 임대계약 일명 '깔세'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불법 다단계 조직이었다. 이들은 "자사 가상자산이 상장되면 10배 수익이 난다"며 투자를 유인했고 B씨는 5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몇 달 뒤 센터는 폐쇄됐다. 해당 사무실은 중간 브로커를 통한 '깔세' 계약으로 운영되던 곳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최근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중심으로 불법 금융 다단계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불법 금융 다단계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29일 시에 따르면, 불법 금융 다단계 업체들은 '깔세' 방식으로 단기 임대 사무실을 차려놓고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은퇴자, 주부, 고령층을 집중적으로 유인하고 있다. 깔세는 단기 임대 전대차 계약을 뜻하는 부동산 은어로, 사무실을 일시적으로 빌려 실제 사업이 운영되는 것처럼 꾸미는 데 활용된다.

이들 업체는 투자자에게 '센터장'이나 '지점장' 같은 직책을 부여한 뒤 사람을 많이 모집할수록 수당을 지급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상품 판매는 없거나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단계 특유의 후원수당 체계를 이용한 전형적인 불법 구조다.

시는 노후를 준비하는 60~70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 금융 다단계 사기가 늘고 있으며, '법인'을 내세운 조직적 사기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사기 범죄는 올해 1분기 2만280건으로, 전년(1만8718건) 대비 8.4%(1562건) 증가했다. ‘법인’을 활용한 조직적 사기 범죄도 23개에서 43개로 2배가량 급증했다.

시는 불법 피해 예방을 위해 투자 유도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특수판매조합, 직접판매공제조합 등 관련 기관에 적법하게 등록된 다단계 업체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수익구조가 추천·후원 중심인지, 임대 사무실 계약이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비정상적인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문구는 사기의 전형적 수법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만일 피해를 입었거나 가입 권유를 받은 경우 적극적인 제보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강희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 직무대리는 "단기 임대 사무실을 내세운 불법 다단계 조직은 외형상 정상적인 회사처럼 보이지만 고수익을 미끼로 한 금융사기인 경우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투자 권유나 사업 제안 내용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에 신고 또는 제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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