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인터뷰] 장애 문턱 넘는 1.3%의 분투기 "아이들도 다양성 배워요"
  • 조채원 기자
  • 입력: 2025.05.15 00:00 / 수정: 2025.05.15 00:00
김대선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 교사
스키장 사고로 척수장애…학교 권유로 교직 복귀
김대선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진로진학교사는 1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미래 직업 전망, 성공의 기준 등을 고려해 진로를 권해도 결국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더라며 진로진학교사의 역할은 학생 스스로 길을 찾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꿈을 대신 설계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김대선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진로진학교사는 12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미래 직업 전망, 성공의 기준 등을 고려해 진로를 권해도 결국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더라"며 "진로진학교사의 역할은 학생 스스로 길을 찾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꿈을 대신 설계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복직은 꿈도 못 꿨는데, 학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줬습니다"

중증지체장애인 김대선 씨는 21년 차 베테랑 교사다. 2005년 국어 교사로 교편을 잡았던 그는 2011년부터 진로진학상담 교사로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미래 설계를 돕는 그의 교직 인생에는 커다란 전환점이 있었다. 2010년, 스키장 사고로 척수장애를 입고 휠체어를 타게 된 것이다.

매우 활동적인 비장애인이었던 김 교사는 '가슴 아래로는 감각이 없는 장애인의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늘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자신을 민폐로 여길 만큼 깊은 절망에 빠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두려움과 막막함에 복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학교였다.

"동료 선생님들, 교장·교감선생님께서 '장애는 직권면직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복직을 적극 권유하셨습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제가 다쳤을 때만 해도 장애인 차별금지법(2007년 제정, 2008년 시행)이 막 만들어졌을 때라 학교에 장애인 교사가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장애인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걸 사회도, 장애인들도 받아들이지 못하던 때였죠. 원래 교사였는데 장애인이 되고 나서 복직을 포기한 분들도 여럿 뵀어요."

김 교사를 위해 1층 업무 공간이 배정됐고 장애인 화장실과 휴식 공간도 마련됐다. 당시로선 남다른 배려를 받았지만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궂은 날엔 '장애인 택시' 예약이 몰려 정시 출근조차 버거웠고, 급식실로 향하는 언덕이 가팔라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특히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그에게 수업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대소변도 느끼질 못해요. 가급적 물을 안 마시거나 기저귀를 찼는데, 수업 중엔 무섭기까지 했죠. 이젠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다치게 된 경위와 장애 특성을 솔직히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놀라도 아이들은 제 생각보다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빨리 적응하더라고요. 아이들이 먼저 문을 열어주거나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 적극 도와주니 이전보다 관계가 더 좋아졌어요."

김대선 교사는 비나 눈이 오지 않는 날에는 손으로 바퀴를 돌리는 장애인용 자전거인 핸드사이클로 출퇴근 한다. 2020년부터는 자전거 라이딩 동아리 사이클 동행반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훈 군은 다리 힘으로도 오르기 힘든 언덕에 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선생님 모습이 늘 인상적이다라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세상임을 배운다고 말했다./서예원 기자
김대선 교사는 비나 눈이 오지 않는 날에는 손으로 바퀴를 돌리는 장애인용 자전거인 핸드사이클로 출퇴근 한다. 2020년부터는 자전거 라이딩 동아리 '사이클 동행반'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훈 군은 "다리 힘으로도 오르기 힘든 언덕에 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선생님 모습이 늘 인상적이다"라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세상임을 배운다"고 말했다./서예원 기자

진로진학상담교사 제도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김 교사는 십수년 째 광운인공지능고 학생들의 진로 개발과 진학 지도를 총괄하고 있다. 사실상 전교생의 진로나 직업선택을 위한 포트폴리오와 생활기록부 관리, 심층 상담, 전문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심리상담까지 그의 몫이다. 올해 3월부터는 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을 맡아 '체계적인 진로진학교사 역량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도봉 광운인공지능고 교장은 김 교사에 대해 "학교에서 편의시설과 근로지원인력 인건비를 지원하는데, 지원하는 만큼 더 열심히 일하시는 것 같다"며 "학생 대상 상담 뿐 아니라 학부모·교직원 진로진학연수를 직접 강의하실 정도로 전문성을 갖춘 분"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장애인 교원 수는 4468명으로 전체 교원 수 34만1740명 중 1.3%에 불과하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3.8%에도, 전체 인구 대비 등록 장애인 비율인 5.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김 교사는 앞으로 장애인 교사들이 능력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받고 각자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했다. 장애인 교사의 교육활동 여건이 마련되면 장애 학생들의 일반학교 진학 폭이 넓어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통합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장애인 교사들의 수업·업무 지원을 위한 시설 구축이나 인건비 지출이 '소수를 위해 쓰는 돈'으로 치부되는 게 안타깝다"며 업무지원 인력이나 시설만 갖춰지면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턱이 조금만 높아도 휠체어는 움직이지 못해요.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등 장애인 시설이 없는 건물엔 시험감독을 못 들어가고요. 업무 경험이 적을수록 승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잖아요. 특히 장애인으로 초·중·고·대학교를 나와 선생님이 되신 분들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길러낸 재원들이에요. 수업도 잘 하고 담임업무도 할 수 있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교사로서 과소평가되고 있어요. 이 분들이 교육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장애인 교사를 보면서 장애인 학생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비장애인과 똑같이 꿈을 이룰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고, 비장애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다양성과 인권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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