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땅꺼짐 사고 후 민원 2배…'안전지도 비공개' 근거도 모호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5.05.09 00:00 / 수정: 2025.05.09 00:00
싱크홀 민원 평시 2배 폭증
시 '지반 특성 반영 지도' 제작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3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지하 암반 굴착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3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지하 암반 굴착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서울시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후 평상시의 2배 이상 지반침하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반침하 안전지도(우선정비구역도)를 비공개 방침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고 직후인 3월 25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29일간 접수된 싱크홀·포트홀·지반침하 관련 신고는 총 1450건으로 하루 평균 약 50건에 달했다. 반면 사고 이전인 1월 1일부터 3월 24일까지 83일간은 총 1857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22.4건으로, 사고 이후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조사된 민원 수치는 서울시 '응답소 민원분석시스템'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지반 침하'와 '포트홀(도로 파임)' 등 유사 민원이 포함돼 있다. 대형 땅꺼짐 사고 이후 도로 파임 등을 싱크홀로 오인하는 등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시의 지반침하 안전지도(우선정비구역도) 비공개 방침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의원은 "서울시 지반침하 위험지도 비공개 결정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지방자체단체가 실시한 지반침하 위험지도 조사 결과 등을 정부와 국회에 공개하도록 지하안전관리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는 지난달 23일 정보공개심의회를 열고, '2024년 제작된 지반침하 안전지도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앞선 지난달 7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공공운수노조 등이 서울시에 안전 지도 공개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이의신청을 낸 데 따른 조치다. 지반침하 안전지도는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 후 서울 전역을 땅꺼짐 위험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눠 등급을 매긴 지도다.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가운데, 3월 25일 오전 현장이 통제돼 있다. /정인지 기자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가운데, 3월 25일 오전 현장이 통제돼 있다. /정인지 기자

시는 정보공개법 9조(1항 1호)를 근거로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에 의해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간정보기본법 제35조 △서울시 공간정보 조례 △서울시 보안업무 처리규칙 등을 제시했다.

다만 해당 법령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떤 정보가 비공개 대상인지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법률 또는 대통령령·조례 등 상위 법령에서 특정 정보를 '비공개'로 규정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법령에 따라 비공개가 명시된 정보는 예외로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공간정보기본법 35조는 "공간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관리규정을 제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어떤 정보를 비공개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서울시 공간정보 조례 역시 "공개가 제한되는 정보는 법령 및 보안관리규정에 따른다"는 수준에 그친다.

서울시 보안업무 처리규칙 역시 법률, 대통령령, 조례 등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시 규칙)이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법 근거 조항의 적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1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 안내서는 "다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행정 규칙 등은 국민에 구속력을 가지는 법령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내부규칙으로 제한할 수 없다.

정보공개법 14조는 정보 일부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나머지 정보는 분리해 공개할 수 있을 경우 반드시 부분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행정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가정보시설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공개될 경우 테러 등에 악용돼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정보공개법 9조 1항 3호(공공의 안전 저해 우려) 조항으로 해당 내용만 가려 비공개하면 된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 지반침하 시민신고의 내용과 조치결과를 주기적으로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우선정비구역도를 고도화한 대형 굴착공사장 중심의 '지반 특성 반영 지도'도 제작한다. 제작된 지도는 전문가 자문회의와 시민 의견수렴, 법률과 공익성 등 검토를 거쳐 공개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23일 "지금까지의 지반 침하 지도(지하지도)는 지하 매설물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토지를 비롯해서 지하수의 흐름 같은 것을 반영한 완벽한 지도가 아니다"라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더욱 완벽한 지하 지도를 만드는 데 정부와 협조를 하겠다"라며 "지하수 흐름, 토질 등을 반영한 지하 지도가 만들어지는 대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바로바로 공표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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