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없는 노동자들 "한 번도 쉬어본 적 없어요"
  • 이윤경, 강주영 기자
  • 입력: 2025.05.01 00:00 / 수정: 2025.05.01 00:00
청소노동자 A 씨 "노동절 쉬어본 적 없어"
노동자 절반 이상 "회사가 바빠서 못 쉰다"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았지만 정작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이날은 곱절로 일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들에겐 노동절부터 시작해 5일 어린이날과 6일 대체공휴일이 이어진 황금연휴도 남 얘기다. / 강주영 기자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았지만 정작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이날은 곱절로 일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들에겐 노동절부터 시작해 5일 어린이날과 6일 대체공휴일이 이어진 황금연휴도 남 얘기다. / 강주영 기자

[더팩트ㅣ이윤경·강주영 기자] #1.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A(57) 씨는 "노동절에 쉬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4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절에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다고 토로했다.

#2. 마트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B 씨는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자 노동절 휴가를 냈지만 회사로부터 '왜 사용하는지', '구체적인 사유가 있지 않으면 내주기 어렵다' 등의 말을 들었다. B 씨는 노동절 휴무를 두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쉬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1일 노동절을 맞았지만 정작 쉬지 못하고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에겐 노동절부터 시작해 5일 어린이날과 6일 대체공휴일이 이어진 황금연휴도 남 얘기다.

업무 특성 때문에 쉬지 못하는 A 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오전 6시부터 쓰레기통을 비우고 출·퇴근하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바닥을 닦는다. 함께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A 씨를 포함해 총 4명뿐이다. 4명이 주·야간 8시간씩 2교대로 일해야 하는 실정이다.

연휴에는 오히려 일이 늘어난다. A 씨는 "연휴라 사람이 몰리면 할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적어 인력 보충도 쉽지 않다"며 "2명이서 일주일을 일한다. 한 명이 쉬면 다른 한 명은 3~4일은 연달아 일하기 때문에 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금 연휴의 시작인 노동절은 A 씨에게 '쉼'보단 '격무'의 날이 될 예정이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노동절은 노동자의 업무여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선 이날을 '유급 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일부는 쉬지도 못할 뿐더러 휴가를 내기 위해선 눈치를 봐야 한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모든 우정노동자 노동절 휴무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모든 우정노동자 노동절 휴무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8월1일부터 9일까지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유급 연차휴가 사용 가능 여부'를 조사한 결과 75.7%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고용형태와 근로기간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고용형태의 경우 상용직(82.5%), 파견용역 및 시내하청(81.8%), 프리랜서 및 특수고용(69.0%), 임시직(67.9%), 시간제 아르바이트(64.2%), 일용직(59.5%) 순이었다. '유급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회사가 바쁘다는 이유로(57.2%)'가 가장 많았다. '이유를 알 수 없음(26.7%)', '연차 사용 사유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6.2%)' 등이 뒤를 이었다.

노동절 쉬지 못하는 이들은 청소노동자와 마트노동자 외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프리랜서, 배달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도 있다. 국가공무원법이나 교육공무원법 등으로 노동 조건이 규정돼 있는 공무원과 교원 등도 쉬지 못한다.

우체국에서 우편과 행정(우정)을 담당하는 우정 노동자들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들은 "노동절은 노동자의 생일 같은 날이자 투쟁으로 쟁취한 휴무일"이라며 "공직 사회에서도 공무원으로서의 특수 지위는 있지만 노무를 제공하는 본질은 일반 노동자와 다르지 않다"며 노동절 휴무를 요구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노동절은 공무원 노동자가 차별받는 날이다. 공무직은 쉬고 공무원은 일하는 반쪽짜리 관공서 운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며 "노동절이 대한민국 공무원에게도 장시간 노동과 악성 민원으로 힘들어하지 않는 휴식 있는 날이길 기원한다"고 했다.

juy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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