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보험회사가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판단이 나왔다.
29일 권익위에 따르면 청각장애를 가진 A 씨는 화장실에서 넘어져 척추에 장해가 남자 지난 2005년 2월 보험사에 후유장애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 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보험사가 A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지만 치료비·생활비 등 16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2008년 3월 270만 원의 소송비용 확정 결정을 받자 이를 집행채권으로 2014년 7월 A 씨가 보유한 치료비와 생활비 등 보험금 채권에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받았다.
보험사는 또 2020년부터 보험상품 약관에 따라 A 씨가 연간 150만 원의 연금보험금을 받을 때가 됐지만 앞선 소송으로 보험금 채권을 압류 및 추심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는 A 씨가 2000년 2월부터 2007년 7월까지 15차례에 걸쳐 14만~100만 원의 보험계약 대출을 받아 총 593만 원의 대출원금 잔액과 1075만 원의 이자가 남아있는 점도 연금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사유라고 주장했다.
A 씨는 보험사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감원도 보험사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권익위는 "보험사가 A 씨의 연금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약관 및 계약상의 근거가 불분명하고 5년의 채권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것"이라며 "심각한 청각장애가 있는 A 씨에 대해 보험사가 이미 지출한 소송비용을 이유로 연금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면 관련 소송 제기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 표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마땅히 지급했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사회적 약자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제기해 소송 비용을 보전받을 목적으로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신청하는 것은 보험회사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