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장기 고공농성' 소현숙 땅으로…"건강상태 급격히 나빠져"
  • 조성은 기자
  • 입력: 2025.04.27 16:17 / 수정: 2025.04.27 16:17
지난해 1월 8일 이후 '여성 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
홀로 남은 박정혜 씨, 고공농성 이어가기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왼쪽) 씨와 소현숙 씨가 지난 26일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고공농성장 아래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왼쪽) 씨와 소현숙 씨가 지난 26일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고공농성장 아래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소현숙(43) 씨가 건강 악화로 27일 땅으로 내려왔다. 불탄 공장 옥상에 올라간 지 476일 만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이날 "오전 5시30분께 소 씨가 극심한 치통과 소화불량, 구토 증세 등으로 고공농성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소 씨는 작년 8월부터 치아가 손상된 상태로 농성을 이어왔다. 최근 잇몸이 내려앉으며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소화능력이 떨어져 체하거나 구토 증세가 잦아졌다"며 "무엇보다 절대 안정과 회복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 씨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심신의 안정부터 되찾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필요한 건강검진과 치료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조는 "소 씨는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쓰다 버리는 니토덴코'에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공간에서 476일을 온 힘을 다해 싸워왔다"며 "모두의 생존을 지키는 깃발이 되어 혼신을 다한 소 씨, 너무 고생 많으셨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노조는 "소 씨는 고공농성을 중단하며 연대로 버팀목이 되어 준 전국의 동지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며 "소 씨의 고공농성은 중단됐으나 박정혜(40) 씨는 여전히 고공농성장을 지키며 못다 이룬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회의 조합원들은 더 단단한 각오로 소 씨의 몫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소 씨는 동료인 박 씨와 함께 지난해 1월 8일부터 구미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왔으며 '여성 노동자 중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기록을 세워왔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닛토덴코의 한국 자회사로, 지난 2003년 50년 토지 무상임대를 비롯해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그러다 지난 2022년 10월 공장이 화재로 전소하자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으로 노동자들을 내보냈다.

한국옵티칼이 생산하던 물량 대부분은 닛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인 경기 평택시의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됐다. 해고자들은 고용 승계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구미공장과 평택공장이 서로 다른 자회사라 고용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고용 승계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해고 노동자 7명에 대한 고용 승계는 거부하면서 평택공장에 156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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