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는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정책형 밀리언셀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급증한 이용자 수에 따른 서울교통공사의 막대한 적자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더팩트>는 교통복지와 공공재정의 균형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2회에 걸쳐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기후동행카드는 교통비 절감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효자 카드, 서울시에는 환경적 성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월 27일 선보인 기후동행카드는 지하철과 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하나의 카드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대중교통 정기권이다.
월 6만2000~6만5000원의 고정 요금의 기후동행카드는 기존의 대중교통 요금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교통비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특히, 매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나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에게는 눈에 띄게 유리하다.
기후동행카드는 출시하자 마자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출시 3개월 만에 100만 장을 판매하며 '밀리언셀러 정책'이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지난 13일 기준 180만장 판매됐다. 지난 11일 기준 누적 충전 건수도 실물 690만건, 모바일 311만건 등 1001만건을 넘어섰다.
시는 기후동행카드 출시 이후 시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수도권으로 사용지역과 범위를 넓히고 결제수단을 확대하는 등 편의성 향상에 집중해 왔다. 서울뿐만 아니라 김포, 남양주, 구리, 고양, 과천 등 수도권 지하철까지 이용범위를 확장했으며, 결제수단을 신용카드로 확대하고 후불형 카드도 출시하는 등 시범사업 초기 현금결제에 따른 불편을 해소했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도입된 후불형 기후동행카드도 누적 12만4000건이 발급·사용되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본사업 이후에는 내·외국인 관광객과 단기 이용자를 위한 단기권을 도입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또한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서울달 등 주요 문화시설과의 연계 할인 혜택을 제공해 기후동행카드의 실용성과 매력을 한층 강화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시가 지난 1월 진행한 '기후동행카드 생일축하 이벤트 선정후기'에 당선된 설 모씨는 "평일 출퇴근에, 퇴근 후에는 학원을 가는 일상이라 교통비가 부담스러웠는데, 기후동행카드로 청년할인까지 받으니 마음이 편하다"며 "휴일마다 서울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밝혔다.
강 모씨도 "기후동행카드는 교통비 걱정없이 활용할 수 있으니 택시나 자차 이용에 대한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주변에도 홍보하고, SNS로 자랑했던 기억도 난다.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확대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연간 3만 톤 온실가스 감축
이외에도 '탄소저감에 기여해 뿌듯하다', '서울 주요 문화시설 할인 혜택을 잘 받았다' 등의 이용후기도 있었다.
기후동행카드는 교통비 절감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과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고 있다.
대중교통의 활성화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돼,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기후동행카드 이용자 1910명(유효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심층조사한 결과 37.6%인 719명이 직전 4개월간 승용차 이용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1인당 승용차 이용 감소 횟수는 월평균 11.8회로, 이를 통해 연간 약 3만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동행카드의 혁신도 계속된다. 서울시는 맞춤형 혜택과 서비스 확대를 통해 기후동행카드를 더욱 편리하고 경제적인 대중교통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수도권으로 이용범위가 지속 확대된다. 오는 5월 3일 성남시 구간 지하철에 기후동행카드를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하남시 및 의정부시 지하철에서도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 시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청소년, 다자녀 부모,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할인도 올해 하반기부터 새롭게 도입되어 더 많은 시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청소년 할인은 만 13~18세 청소년들도 청년과 동일하게 7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30일권을 5만5000~5만80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인 연령을 확대하는 것이다.
다자녀 부모 및 저소득층 할인 역시 30일권에 한해 적용되며, 2자녀 부모의 경우 5만원대, 3자녀 부모 및 저소득층의 경우 4만원대의 가격으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요청했으며 비대면 자격확인 시스템 연계 등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기후동행카드는 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자발적 실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고, 교통복지와 환경이라는 두 축을 함께 아우르는 서울시 대표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