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곳곳 몸싸움에 출근길 불편
  • 이다빈 기자
  • 입력: 2025.04.21 11:56 / 수정: 2025.04.21 11:56
전장연 1년여 만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국회, 1년간 장애인 제도 들어준 것 없어"
서울교통공사직원과 크고 작은 몸싸움도
전장연은 21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 방면 승강장에서 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이다빈 기자
전장연은 21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 방면 승강장에서 '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이다빈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1일 1년여 만에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곳곳에선 전장연 활동가들과 지하철 직원 간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졌고, 출근길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혜화역 동대문 방면 승강장에서 '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4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지하철 이용하면서 많이 늦은 걸로 알고 있다. 출근길 불편을 끼쳐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라면서도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게 된 것은 시민들에게 저희 얘기를 하고 싶고 함께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년을 기다렸고 국회에도 장애인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제출한 것을 한 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지난 20일은 정부에서 지정한 '장애인의 날'이었다. 23년동안 외쳐도 들어주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를 돌아보고, 장애인도 함께 살아갈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전장연 활동가와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명은 혜화역 승강장 내에서 '장애인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같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비켜라", "나가라" 등을 연호했다.

시위대의 발언과 지하철 안내 방송 등이 뒤섞여 혜화역 승강장 전체가 혼란스러웠다. 역사 내에는 "서울철도공사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불법시위를 중단하고 퇴거해주기 바란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은 채증 카메라와 검은색 방패를 들고 휠체어를 탄 전장연 활동가들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일부가 오전 8시 44분께 지하철 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다빈 기자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은 채증 카메라와 검은색 방패를 들고 휠체어를 탄 전장연 활동가들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일부가 오전 8시 44분께 지하철 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다빈 기자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은 채증 카메라와 검은색 방패를 들고 휠체어를 탄 전장연 활동가들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오전 8시44분께 전장연 활동가들이 지하철 진입을 시도하면서 일대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시위대는 진입을 통제하는 직원들에게 "지하철 보안관이 어떤 권한으로 막느냐. 경찰도 아닌데 물러가라"며 말싸움을 벌였고, 급기야 직원들의 조끼를 잡아 끌거나 밀치며 몸싸움도 일어났다.

시위대와 직원들 간 대치가 지속되면서 지하철 출입문은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했다. 스크린도어도 제대로 닫히지 않아 15분여간 출발이 지연됐다. 결국 오전 9시4분께부터 지하철 4호선은 혜화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오전9시24분께 전장연 활동가들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지하철에 순차적으로 탑승해 이동하기로 협의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공사 관계자는 박 대표에게 "오늘은 그냥 가시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평화롭게 하고 가시라고 말씀 드렸지 않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왜 세워. 왜 막았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위대는 오전 9시30분께부터 차례대로 지하철을 탑승해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하차했다.

이날 시위로 출근길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은 헤드셋을 끼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살을 찌푸렸다. 한 80대 남성은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에효 참. 전부다 지멋대로야"라며 "순수하게 해라. 출퇴근 시간에 피해 주고 왜 이래. 나도 장애인이지만 이렇게 하면 안돼"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4월8일부터 1년여 간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고 장애인권리입법을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승강장에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방식의 다이인(die-in) 행동 등으로 시위를 이어왔다.

전장연은 전날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인 권리입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1박2일 노숙 농성도 진행했다.

answer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