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세종대왕 이어 박정희?…광화문광장 동상 설치 논란
  • 정소양 기자
  • 입력: 2025.04.20 00:00 / 수정: 2025.04.20 00:00
평가 엇갈려 정치적·사회적 갈등 우려
행정 절차·과거 사례 보면 실현 가능성↓
6·3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북도청 앞 천년숲 광장에 조성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박정희 (전) 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
6·3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북도청 앞 천년숲 광장에 조성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박정희 (전) 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6·3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0일 서울시,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난 뒤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광화문광장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측은 "선거 기간 중 각 후보자들의 다양한 주장에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 전 장관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행정 절차에서 막힐 가능성이 크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공간으로, 조형물 설치를 위해서는 서울시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3조 3항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내에 시민들이 민주화와 안전의식 제고 등 역사적 사실들을 기억할 수 있는 전시관과 동상 및 부속조형물 등(이하 '조형물 등'이라 한다)을 설치할 수 있다. 또한 5항에 따르면 시장은 광화문광장 내에 조형물등(이 경우는 "영구조형물"을 말한다)의 건립 및 이전 등에 관한 사항은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례에 따라 광화문광장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논의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심의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조형물 설치는 쉽지않다. 현재 광화문광장에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 공감대가 형성된 동상만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더팩트 DB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더팩트 DB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여전히 엇갈리는 상태여서 동상 설치는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6년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서울시 측은 "광화문광장은 상징성과 역사성을 지닌 공간이므로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2017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하려 했지만, 서울시가 허가하지 않아 공식 설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설치된 박정희 '흉상'도 갈등의 대상이었다. 시민단체의 철거 요구 시위가 이어지는 데다 흉상이 훼손되기도 했다. 현재는 접근을 막기 위해 이중벽에 자물쇠가 채워진 상태다.

2017년 11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동상 기증식이 열린 가운데 기증식 참가자와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 시민들이 상반된 의견을 표하고 있다. /더팩트 DB
2017년 11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동상 기증식이 열린 가운데 기증식 참가자와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 시민들이 상반된 의견을 표하고 있다. /더팩트 DB

지난해 6월 제74주년 6·25를 맞아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고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와 불꽃 상징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국수주의 논란 등으로 철회하기도 했다.

다만 시는 이를 대신해 광화문 '감사의 정원' 조성을 추진 중이다. 감사의 정원은 한국전쟁 참전 22개 우방국의 석재를 가져와 제작하는 조형물 '감사의 빛 22' 등이 핵심 요소다. 그 지하 공간에는 우방국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월 등이 포함된 상징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서울 내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들어선 곳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원에는 2m 높이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제막되어 있다. 이는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설치한 유일한 동상으로, 지난 2016년 3월 KIST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황금색 동상이 설치됐다. 이밖에 전국에는 10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중 8곳은 박 전 대통령의 출생지인 경북에 있다.

임종국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태극기 게양대 설치 논란도 있었는데, 여전히 낡은 얘기만 하고 있다"라며 "광화문광장은 상징적 공간이며 서울 시민은 물론 전국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 곳이다. '박정희 동상' 설치는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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