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 내에서 땅꺼짐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땅꺼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노후화된 하수도관 교체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 진척이 더디다. 시는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해 노후 하수관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하수관 정비만으로는 대형 싱크홀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20일 서울시,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하수관로 1만866㎞ 중 6028km(55.5%)가 30년된 이상 노후된관로다. 이중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3300㎞(30.4%)에 달한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지반침하 867건 중 394건(45.4%)이 하수관 손상이 원인이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용산구(48.5%) △성북구(47.7%) △영등포구(45.7%) △마포구(45.4%) △구로구(43.5%) △성동구(42.2%)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지난해 9월부터 30년이 되는 하수관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수관로 조사 및 상태등급 판단기준 표준매뉴얼'에 따라 CCTV 장비를 활용해 상태를 평가하고, 정비 대상(4~5등급) 하수관로를 선정해 차례대로 정비할 방침이다.
문제는 노후화된 하수도관 교체에 드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는 매년 약 2000억 원을 투입해 평균 100km 규모의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있으나, 노후화 관로가 6000km에 달해 예산이 역부족이다. 시는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하수도요금 현실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서울시만 상하수도 기반시설 개선 국비 보조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가 대도시로 분류되면서 국고 보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에서 제외된 데에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보조금 교부가 필요한 사업에 한해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환경부, 기재부 등 정부 측에 이를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서울시만 제외하고 광역시 이하는 보조금 비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라며 "서울시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기 때문에 하수관로 정비 사업에 국비를 지원 받으면 교체 사업에 훨씬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하수도관 정비 사업이 대형 땅꺼짐 사고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수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대부분 깊이 50~80cm 수준의 소규모 싱크홀로, 주민 신고를 통해 신속히 복구되곤 한다"라며 "지금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하수도관 정비 사업은 소규모 싱크홀 예방에는 의미가 있지만, 10~20m 깊이의 대형 싱크홀 예방에는 본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의 핵심은 지하 깊은 곳의 토목 공사 관리 부실"이라며 "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하수관 교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비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대형 싱크홀 예방과는 거리가 있는 '곁다리' 대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