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9명' 앞세운 서울런 현수막…'학벌주의' 비판에 철거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5.04.18 00:00 / 수정: 2025.04.18 00:00
서울런 대입 실적 홍보 논란
문구 보완해 다시 게시 예정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육 지원 사업 ‘서울런(SEOUL Learn)’의 대입 실적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을 시청 외벽에 게시했다가 학벌주의 조장 논란에 휩싸이며 철거했다./인터넷 갈무리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육 지원 사업 ‘서울런(SEOUL Learn)’의 대입 실적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을 시청 외벽에 게시했다가 학벌주의 조장 논란에 휩싸이며 철거했다./인터넷 갈무리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육 지원 사업 '서울런(SEOUL Learn)'의 대입 실적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을 시청 외벽에 걸었다가 학벌주의 조장 논란에 휩싸이면서 철거했다. 시는 비판 여론을 수용해 현수막을 전격 철거하고, 문구를 보완해 다시 게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런은 사회·경제적 사정으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6~24세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학습 콘텐츠와 멘토링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울시의 대표 교육복지 정책이다. 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런을 통해 △서울대 19명△고려대 12명△연세대 14명 △의·약학계열 18명 등의 대학 합격 실적이 나왔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런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가 지난 4일 '서울런 대입합격 782명', '서울대 19명, 고려대 12명, 연세대 14명' 등 상위권 대학 중심의 실적을 내세운 대형 현수막을 시청 외벽에 내걸며 논란이 확산됐다. 시민단체와 교육계에서는 공공 교육사업이 학벌 중심의 성과 홍보를 내세우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학벌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자체가 교육 정책의 성과를 알리는 건 필요하지만, 입시 결과 중심의 홍보는 인권적 차원에서 부적절하고 시대착오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런 학생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학생, 학부모, 멘토와 서울런 이용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런 학생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학생, 학부모, 멘토와 서울런 이용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서울시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런의 실효성 검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성과 수치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가 타당한지 의문도 나온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서울런은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플랫폼인데, 실제 정책의 목적이나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오직 대입 실적만 부각됐다"며 "서울대 19명 합격이라는 식의 표현은 학벌주의를 조장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 합격이 과연 서울런의 효과인지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결과를 기반으로 정책을 홍보한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5년 특정 대학 합격자 수를 외부에 홍보하는 행위는 학생 간 위화감 조성과 차별 조장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 행위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교육청에 내린 바 있다. 이같은 방식이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학벌 중심의 사회 분위기를 강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해당 현수막을 철거한 뒤, 문구를 보완해 오는 18일 다시 부착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서울런의 효과를 더 직관적으로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활용했지만, 일부 시민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성과 중심 문구 외에도 사교육비 절감 등 정량적 지표를 보완해 다시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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