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교육부가 2026년 의과대학 모집인원 확정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4월 중순에도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본과생들의 대규모 유급도 예고된 상황이어서다. 올해 신입생들까지 수업 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24·25·26학번이 1학년 수업을 동시에 받는 '트리플링' 우려도 나온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업 복귀율과 모집인원 결정 시기에 대해 "아직 정확한 현황을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복귀율은 증가 추세"라며 "모집인원을 확정 가능할 때 브리핑 시기를 신속히 결정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학생들이 복귀하면 정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하겠다고 했는데도 상당수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 이유는 필수의료패키지 철회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협의가 완료돼야 복귀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원과 관련해 일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필수의료패키지 협의와 이제 곧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2026학년도 모집인원 결정을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루기보다는 따로따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학칙 상 통상 수업 일수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 이상 이수하지 않으면 유급 처분이 내려진다. 고려대는 지난 10일 교육사정위원회를 열고 학칙에 따라 실습수업 일수가 부족한 본과 3·4학년생을 대상으로 유급 예정 통지서를 보내기로 했다. 고려대 의대 한 학년 학생 수는 100여명인데, 이날까지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2개 학년 120여 명이 유급 처리가 될 전망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7일 본과 4학년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냈던 연세대는 이주 본과 1~3학년에도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낼 예정이다. 아주대와 전남대, 인하대 등도 이번 주 본과생 유급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과 3·4학년은 2년 간 총 52주의 병원실습 시수를 채우는 방식으로 수업이 설계돼있어 한 학기를 유급하면 사실상 1년을 통째로 쉬게 된다.
24·25학번 대다수가 유급되면 내년에는 3개 학번이 예과 1학년 수업 대상이 되는 트리플링 가능성도 언급된다. 올해 3058명인 24학번과 4500여명인 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더블링'도 부실 교육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정부도 동시 교육 대상이 1만명이 넘는 '트리플링'은 대학의 교육 여건과 장기적인 의사 배출 시스템 등을 고려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대학은 4월말까지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고, 5월 31일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주 중, 늦어도 내주 초까지는 교육부가 의대 모집인원을 확정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모집인원 확정 후 변경은 불가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집인원을 결정해야 할 시점까지 수업 참여율이 저조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내년도 모집 인원은 수업 참여율에 따라 결정된다"며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하면 예과생과 실습 시수를 채워야 하는 본과생의 상황을 구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