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보이지 않아도 보여요"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봄꽃 축제'
  • 정소양 기자
  • 입력: 2025.04.08 18:07 / 수정: 2025.04.08 18:07
영등포구, 8~12일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 운영
영등포구청은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2025년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를 운영한다. /정소양기자
영등포구청은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2025년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를 운영한다. /정소양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꽃내음도 맡고 나무도 만지고, 오늘은 정말 '힐링' 된 하루네요."

시각장애인 안철호(58) 씨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린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날씨도 좋고, 바람도 불어 기분이 가볍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등포구(최호권 구청장)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2025년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를 운영한다. 서울시 유일 무장애 봄꽃 체험 프로그램으로, 봄꽃의 아름다움을 다른 감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구에 따르면 올해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에는 시각장애인 58명, 동행인 49명, 영상해설사 10명 등 총 117명이 참여한다.

영등포구의 '봄꽃동행 무장애 투어'는 △촉각 △청각 △미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한 체험 프로그램이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봄꽃 만지기, 축제 장소 및 국회의사당 3D 모델링 터치 등을 통해 촉각 체험도 즐길 수 있으며, 아카펠라 '튠에이드'의 거리공연도 펼쳐진다. 또한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준비한 기프트 박스를 통해 미각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시각장애인 12명, 동행인 12명, 영상해설사 2명 총 24명이 참여했다.

50대 후반의 시각장애인 김이례(위) 씨가 꽃향기를 맡고, 시각장애인 김유철(39) 씨가 벚나무를 만지며 봄꽃축제를 즐기고 있다. /정소양 기자
50대 후반의 시각장애인 김이례(위) 씨가 꽃향기를 맡고, 시각장애인 김유철(39) 씨가 벚나무를 만지며 '봄꽃축제'를 즐기고 있다. /정소양 기자

시각장애인들은 따뜻한 햇살 아래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동행인과 팔짱을 낀 채 서강대교 남단부터 여의도 공원까지 약 1.7km의 벚꽃길을 걸었다.

이들은 코와 귀로 완연한 봄을 느꼈다. 또한 만개한 살구꽃의 꽃잎, 산수유 열매, 표준관측목 벚나무 등을 만지며 프로그램을 즐겼다.

50대 후반의 시각장애인 김이례 씨는 "우리(시각장애인)는 만져봐야 알 수 있다"며 "오늘 꽃과 나무를 만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걷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들으며 걸으니 더욱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에는 2명의 영상해설사들의 꼼꼼한 설명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영상해설사는 길 안내뿐만 아니라 꽃의 모양, 색깔, 크기 등 눈으로 보이는 작은 것들까지 말로 설명해 주며 시각장애인들이 봄꽃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시각장애인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린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에서 아카펠라팀 튠에이드의 거리공연을 즐기고 있다. /정소양 기자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시각장애인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서 열린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에서 아카펠라팀 '튠에이드'의 거리공연을 즐기고 있다. /정소양 기자

영상해설사로 17년째 일하고 있는 안미현 씨는 "시각장애인 해설은 6년 전부터 하고 있다"며 "외출이 부자연스러운 시각장애인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면 매우 감동하고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들은 후각과 청각이 발달해 있어 촉각 체험 등을 좋아하신다"며 "오늘도 직접 꽃들을 만져보고 느끼실 수 있게 하니 매우 좋아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들은 '안전'에 가장 신경을 쓴다. 안 씨는 "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옆쪽에 (방지)턱이 있다 등 세세한 것까지 설명을 해줘서 사고가 없게 하는 '안전 안내'가 제일 중요하다. 동행자들이 밀착해서 다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했다.

아카펠라팀 '튠에이드'의 거리공연도 시각장애인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시각장애인 김유철(39) 씨는 "올해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하는데, 봄나들이를 나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앉아서 음악 공연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꽃향기가 나서 봄이 온 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향후 영등포구는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소양 기자
향후 영등포구는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소양 기자

이날 서울을 한눈에 조망하는 관광명소 '서울달'도 체험할 계획이었지만, 강풍 등 기상 문제로 취소돼 시각장애인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앞으로 영등포구는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신체적인 장애와 상관없이, 차별 없이 봄꽃 축제를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의미가 크다"며 "올해엔 117명이 참여하지만, 내년엔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작년엔 시각장애인분들이 '요트'를 타고 갈매기에게 과자도 주는 체험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며 "올해는 열기구 '서울달'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내년엔 '한강버스'가 새롭게 생기는 만큼 한강버스를 타 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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