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오는 6월 조기 대선을 앞둔 가운데 탄핵 무효와 합법 계엄을 주장하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정선거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극우 세력의 가짜뉴스 선동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부정선거방지대(부방대)를 이끌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오는 6월3일 예정된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다가오는 조기 대선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필사적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를 것으로 보인다"고 8일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대한민국은 지금 체제 전쟁 중이다. 어떻게든 선관위의 부정선거 시도를 최대한 막아낼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며 부방대 대원을 긴급 모집한다는 공지도 냈다.
일부 극우 지지자들은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경북 등 도심 곳곳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현수막에는 '계엄=민주당 폭주견제=부정선거 수사', '진짜 내란은 중앙선관위 부정선거' 등 문구가 포함됐다. 지난 2월부터 전국에 게시된 현수막은 1206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극우 유튜버들은 조기 대선을 반대하며 지난 7일부터 경기 과천시 선관위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앞에서도 오는 10일부터 한달간 '부정선거 척결 집회'가 예고된 상태다.
온라인에서도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부정선거를 선동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X(옛 트위터) 등에는 "부정선거를 외쳐야 한다. 대선과 총선 선거해 봐야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시간이 없다. 아직 부정선거 카드 하나가 남았다", "선관위, 대한민국 법치를 사망케 한 불의한 재판관들, 정치인들까지 모두 한번에 척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등 내용이 다수 게재됐다.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 등에는 선관위 직원 채용에 지원하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글이 확산됐다. 이들은 '선관위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 사진과 홈페이지 링크를 공유하며 "선관위 기간제 채용한다. 무조건 지원해 반드시 부정선거 잡자", "애국청년들 취업하자",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일단 (선관위에) 침투하는 게 중요하다", "선거 감시 활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했던 이영돈 PD가 지난달 개인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긴급취재. 부정선거, 그 실체를 밝힌다'는 제목의 영상 조회수는 138만회에 달했고,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영상을 부정선거 증거로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부정선거론을 지적하며 이에 선동 당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론으로 선거 절차나 결과에 공정성 시비를 걸며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수개표 방식이기 때문에 부정선거론은 말도 안된다. 일부가 나쁜 의도를 갖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가스라이팅 당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 비상계엄 관련 2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부정선거는) 저희 시스템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해 대부분 조치했다고 발표했으며, 사전․우편 투표함 보관장소 폐쇄회로(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 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부정선거 의혹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nswer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