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긴 혼란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2일 만에 탄핵정국이 일단락되면서 시민들은 불안을 떨치고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재판에서 만장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을 인용했다.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지 122일 만이다.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헌재의 결정을 반겼다. 직장인 김모(31) 씨는 "언제 탄핵이 선고될까 하루에 한 번씩 휴대전화에서 뉴스 기사를 찾아보곤 했다"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7) 씨는 "계엄 이후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불안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그동안 못 잔 '꿀잠'을 자고 싶다"고 했다. 학원 강사 신모(26) 씨는 "계엄이 성공했다면 정말 죽을 뻔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상 회복을 바라는 마음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권빛나라 채식평화연대 사무국장은 "계엄과 탄핵에 묻혀 하지 못했던 활동들이 많았다. 이제는 원래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려고 한다"며 "화천 산천어 축제나 밀양 은어 맨손잡이 축제, 청도 소싸움 축제 근절 등 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20~30대 청년들은 헌재 인근 명소를 다시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취업준비생 손모(26) 씨는 "원래 삼청동을 좋아하는데 집회가 있어 가지 못했다"며 "이제 삼청동 갤러리에서 조용히 작품도 감상하고, 카페에서 여유 있는 시간도 갖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26) 씨도 "'나라가 무너져가는데 내 일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자괴감에 빠지던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며 "안국역을 마음껏 걸어 다녀보고 싶다. 탄핵이 기각됐다면 이어지는 항의 집회로 불타는 여름이 됐을 지 모르는데, 따뜻한 여름을 맞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교육 안정화를 기대했다. 50대 학부모 박모 씨는 "
불안한 국내 정세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고환율 해소를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은행원 이모(34) 씨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으로 불안했던 일상을 탈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사 김모 씨는 "투자를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시민들 피해가 컸다며 조속한 회복을 촉구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한민국의 이름에 '불안한 나라', '민감한 나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면서 "한국의 위상이 떨어진 것 같아 견디기 힘들다. 어서 회복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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