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오는 4일 예정된 가운데,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불법 천막을 두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천막 농성장이 헌법재판소와 고작 1km 떨어져 있어 탄핵 선고 후 불상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종로구는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발부했지만,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측은 철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200m를 빼곡히 채운 천막 50여개에 대한 구의 행정대집행 역시 녹록치 않다.
2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전날까지 불법 천막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구는 지난달 28일 광화문광장·헌재·경복궁 일대에 설치된 천막들에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 58개를 발부했다. 발부된 계고장에는 "1일까지 정비하지 않을 경우 도로법 제74조에 따라 강제정비 및 동법 제 117조에 의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적시됐다.
이날 오전 기준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과 헌법재판소 일대에 지자체 허가 없이 설치된 천막은 55개에 달한다. 계고장을 발부받은 탄핵 찬성 천막 중 3개의 천막은 자진철거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측은 이날 오후 헌재 정문에 설치한 천막을 단계적으로 자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탄핵 찬성 측 천막 철거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별다른 철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자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무단으로 천막을 설치하는 건 불법이다. 도로법 제75조에 따르면, 불법으로 도로를 점용할 경우 시의 원상회복 의무를 따라야 한다. 불이행시 행정대집행이 가능하다. 구 관계자는 "오늘 이후로는 강제 수거 정비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며 "검토해서 결정이 되면 철거에 돌입한다"라고 밝혔다.
시는 종로구에 변상금·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5일 "서울시는 제왕적 다수당의 불법과 탈법에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 우선 변상금 부과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법을 비웃고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제집행, 과태료 등과 같은 행정조치는 시가 구에 위임하는 방식이다. 다만 구는 변상금, 과태료 부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달 11일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면서 광화문 일대에 천막을 60개가량 설치했다. 22일째 이어지는 대치에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되고 있지만, 구의 행정대집행은 사실상 쉽지 않다. 우선 철거 투입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2020년 광화문광장 앞에 불법 설치된 '백선엽 분향소'는 고작 4개동이었는데도, 480명의 인력이 강제 철거에 투입됐다. 현재 불법 천막이 광화문 월대 앞~서십자각터 200m 거리에 빼곡히 설치된 점을 감안했을 때 강제 철거에도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만큼 철거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현장에서 행정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이 송사에 휘말린 경우도 있다. 지난 2019년 우리공화당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5명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천막과 그늘막 1동을 설치했다. 천막 철거 과정에서 일어난 물리적 충돌로 우리공화당 측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용역업체 직원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와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측 천막이 들어서 있는 광화문 일대는 고작 1km 떨어져 있다. 우선 시와 구는 탄핵 선고 당일 헌법재판소 주변 100m를 차벽과 바리케이트 등을 이용해 '진공 상태'로 만들어 안전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선고날 천막 농성장으로 모여든 인파로 안전 사고 우려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사협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집회 시위를 계획하고 조직하는 사람들이 법을 지켜 자발적으로 해산하고 철거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집회 시위 문화가 여전히 선진화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며 "본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면서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