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싱크홀에 11년 전 데자뷔…"석촌호수 사고와 95% 유사"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5.03.31 00:00 / 수정: 2025.03.31 00:00
강동구 싱크홀 사고, 30대 운전자 사망
재난 대응에 서울시장 대선가도 '흔들' 교훈
24일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재난현장지휘차량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서울시
24일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재난현장지휘차량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서울시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 강동구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로 인해 2명의 사상자가 나온 뒤 시의 관리 소홀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14년 발생한 석촌 지하차도 대형 싱크홀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주자였던 서울시장의 대응이 남긴 교훈도 주목된다.

이번 싱크홀 사고를 두고 시의 부실 관리에 따른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달 초 땅꺼짐 지점에서 5m가량 떨어진 주유소에서 바닥 균열이 생겼다는 민원이 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에 접수됐다. 시는 "지난 14일 민원인과 협의해 주유소 내 계측기 2개소를 추가설치 후 주기적 검측을 시행했으며, 사고 당일까지 계측결과는 이상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난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고에는 사전 징후라든지 전조 증상이 있다"라며 "서울시 등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공사하는 과정에서 (사고는) 예측이 다 가능했다"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 사고가 났는데 계측에 이상이 없었다는 건 계측 장비가 잘못됐다는 말"이라며 "공무원들이 관리를 잘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땅꺼짐 사고로 두 명의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카니발 차량을 운전하던 허모(48) 씨는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동노동자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 씨는 매몰됐다가 약 1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낮에는 광고업 프리랜서로 일하고, 퇴근 후에는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후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며 가장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4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석촌지하차도 초대형 싱크홀 현장을 찾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4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석촌지하차도 초대형 싱크홀 현장을 찾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뉴시스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지난 2014년 8월 5일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사고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싱크홀 원인 역시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로 밝혀졌다. 2014년 조사단장을 맡았던 박창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 사고는 9호선 터널 공사가 인근에서 있었다는 점 등 당시 사고와 95% 이상 유사하다"고 밝혔다.

2014년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박원순 전 시장은 임기 내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고가 난 당해 열린 국회 국정감사는 '싱크홀 국회'로 불릴 정도였다. 당시 지하철 9호선 공사의 '수평 그라운팅' 공법이 싱크홀의 근본원인으로 꼽히면서 시와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은 책임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지하철 9호선 공사는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 모두를 책임지는 턴키방식이고, 수평 그라우팅 공법도 시공사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석촌지하차도 관리를 맡은 동부도로사업소가 도로 안전을 이유로 수평 공법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고, 공사 과정에서 시 관계자 등과 지속해서 협의를 통해 도출한 사안"이고 반박했다. 결국 박 전 시장은 "서울시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서울시장인 제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유력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일단 시는 국토부와 함께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객관적인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24일 사고 당일 저녁엔 현장으로 바로 달려갔고, 25일에는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박 전 시장은 2016년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자 김군 사망 사고 후 미온적 태도로 여야할 것 없이 비판을 받았다.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지자 박 전 시장은 "서울시장은 시장임과 동시에 최고안전책임자(CSO)"라며 "관행과 매뉴얼의 뒤로 숨지 않겠다"라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다만 11일이나 뒤늦은 사과로 홍역을 치러야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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