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컨설팅 입찰…학생들 반발
  • 이다빈 기자
  • 입력: 2025.03.14 15:31 / 수정: 2025.03.14 17:37
공학 전환 분석 컨설팅 용역사업 입찰 공고
학생들 "공학 전환의 근거 얻으려는 것"
학교 "객관적 공론화위원회 진행 위해"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분석 및 의견 수렴 컨설팅 용역사업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사실상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재시동을 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분석 및 의견 수렴 컨설팅 용역사업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사실상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재시동을 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 전환 관련 컨설팅 용역사업 입찰을 공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사실상 공학 추진에 재시동을 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분석 및 의견 수렴 컨설팅 용역사업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공학 전환 추진에 따른 학내 갈등과 관련, △컨설팅을 통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공학 전환의 적정성과 절차, 장단점 등 연구하는 것과 △공론화위원회와 공청회 등에서 교원, 학생, 직원, 동문 등 대학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업체 심사 기준은 유사 용역 수행 실적 및 노하우 보유 여부, 제안 내용과 과업 목적의 부합정도, 수행 방법과 절차의 구체성, 용역 결과의 실현 가능성 등이다. 오는 31일 제안심사위원회(대학발전추진위원회)가 업체 평가를 실시하며 평가 결과는 개별 통보한다. 다만 심사위원의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으며, 업체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도 돼있다.

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 공학 전환을 재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덕여대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째 학생들과 갈등이 지속되자 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재학생 A 씨는 "거액을 들여가며 용역을 불렀는데, 공학 전환이 좋다는 근거를 얻어 내려는 게 눈에 보인다"며 "학생들 의견수렴 절차가 그 어떤 것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공학 전환 관련 컨설팅을 받겠다는 것을 보고 학교와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찰 공고를 올린 건 스스로 '공학 전환 논의가 아이디어 차원이었을 뿐'이라는 말이 거짓말임을 증명한 것"이라며 "지난 2월 소통회 당시에도 대책이나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바 없다고 언급하고 다짜고짜 컨설팅부터 받는 것은 날치기 행정"이라고 규탄했다.

학생들이 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동덕여대 정문에 부착한 게시물. /이다빈 기자
학생들이 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동덕여대 정문에 부착한 게시물. /이다빈 기자

학생들이 반대하는 공학 전환 논의에 외부업체가 개입하는 것을 두고도 비난이 거세다. 또 다른 재학생 B 씨는 "용역사업으로 진행되는 컨설팅은 대학본부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만 할 텐데 그걸 또 학생들에게 들이밀려는 거냐"면서 "지난해 11월에 열린 학생총회 결과나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업이 총학생회와 합의했던 공론화위원회를 객관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것일 뿐, 공학 전환 절차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총학과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19일 진행한 5차 면담에서 올해 3월부터 6개월 간 '공학전환 공론화위원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공론화위원회가 의결기구가 아닌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공학 전환과 여대 유지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의견수렴 기구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학교 관계자는 "컨설팅이 따로 남녀공학을 전환하는 프로세스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론화위원회 아래 숙의기구를 만들어 토론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받으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과 소통 안 했을리도 없고, 이미 학생들에게 설명해 다 알렸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진행하면 지난번처럼 소통이 안 되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며 "공론화위원회를 조직해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 등 같은 수의 인원이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어떤 내용이 객관적으로 남아 있는지도 증인 식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덕여대 제58대 총학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9일 대학본부의 보복성 법적 대응 중단과 남녀공학 전환 논의 철회, 학생참여 총장 직선제 실현을 안건으로 학생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찰은 현재 학교 측이 전 총학생회장 등 학생 21명을 공동재물손괴와 공동건조물침입,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해 11월11일부터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래커칠 등 시위를 벌였다.

동덕여대는 지난 1월9일과 13일, 지난달 4일, 10일 네 차례에 걸쳐 학생들에게 징계 심의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학생활동지도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진상조사 및 징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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