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건전한 토론을"…'탄핵 찬반' 대학가 대화 목소리도
  • 이다빈 기자
  • 입력: 2025.03.13 15:29 / 수정: 2025.03.13 15:29
"대화와 토론은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모습"
윤 탄핵 선고 임박에 아직은 시기상조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심판을 둘러싼 찬반 대립이 대학가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캠퍼스 앞 탄핵 찬반 집회에 유튜버 등 외부인이 몰리고,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이제는 양측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한국외대 정문 앞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 모습. /이다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심판을 둘러싼 찬반 대립이 대학가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캠퍼스 앞 탄핵 찬반 집회에 유튜버 등 외부인이 몰리고,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이제는 양측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한국외대 정문 앞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 모습. /이다빈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학가에서도 찬반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이 캠퍼스에 난입하고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이제는 양측이 대화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자유대학은 지난 4일부터 '탄핵은 인용돼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대회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자유대학은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찬반에 대해 건전하고 깨끗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자 탄핵 찬성 측의 의견을 대변해 줄 대학생 2명을 모집한다"며 "양쪽이 서로의 입장을 알아가고 새로운 관점으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연세대, 한국외대, 서강대 등 9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한국대학총학생회 공동포럼(공동포럼)도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정국을 논의하기 위한 '2025 대학생 시국포럼 백문백답'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처음 열린 토론회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참석했다. 공동포럼은 앞으로도 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동포럼은 "토론회는 대학생 본연의 순수한 목소리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단순 의견 표명을 넘어서 건전한 토론 문화를 활성화하는 공론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단체를 지지하는 선전물 등은 지참 불가하며, 토론회 진행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토론회를 계획하는 이유는 더 이상 대립과 분열이 아닌 대화를 통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개강 이후에도 전국 대학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면서 학문의 장이어야 할 대학이 집회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 과정에서 극우 유튜버 등 외부인의 난입과 이에 따른 폭언이나 폭력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캠퍼스 내 안전에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대학총학생회 공동포럼 주최의 2025 대학생 시국포럼 : 백문백답 토론회와 자유대학 주최의 탄핵찬반 토론대회 포스터 /한국대학총학생회 공동포럼 및 자유대학 SNS 갈무리
한국대학총학생회 공동포럼 주최의 '2025 대학생 시국포럼 : 백문백답 토론회'와 자유대학 주최의 '탄핵찬반 토론대회 포스터' /한국대학총학생회 공동포럼 및 자유대학 SNS 갈무리

경희대 재학생 성경헌(23) 씨는 "토론회 같은 방식이 생기길 원하고 있다. 대학교 내에서 공론장을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를 늘 한다"면서 "대학은 학문을 배워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종의 공론장이자 의견 교류의 장으로써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에 학교나 교육청 등 단체 차원에서 나서 공론장을 형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재학생 이찬용(21) 씨는 "토론회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심정적인 게 크다"며 "지금 탄핵 찬반의 싸움이 논리적으로 진행된다기 보다는 서로 자기 주장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으니 '얘기라도 해보면 설득이 되지 않을까', '대화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간극을 좁혀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대학가에 번지는 토론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건전한 토론의 형식이라는 전제 하에 대학생들이 사회가 어떻게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고 헌정 질서의 기본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지 의논해 볼 수 있는 장으로 바람직하다"며 "무조건 네가 옳고 내가 틀리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지 자체가 만나서 토론을 하는 것이지, 힘겨루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청년들이 극단적 대치를 하지 않고 탄핵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만들어 토론 배틀 같은 것을 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강조했다.

일부 대학생들 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관한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거절이 잇따르면서 결국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분수광장에 모인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린 모습. /정인지 기자

일부 대학생들 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관한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거절이 잇따르면서 결국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분수광장에 모인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린 모습. /정인지 기자

다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섣부른 시도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적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토론이 건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실제로 일부 대학생들은 대화를 제안했지만, 반대 측이 거절하면서 불발된 경우도 있었다.

고려대 재학생 김남호(21) 씨는 "정치적 성향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날까 두렵다"면서 "다른 학생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했던 한 학생에게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거절한 것으로 안다. 토론회를 하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데 서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극단화되는 경향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성 씨 역시 "제대로 토론을 해보려고 하면 조롱이나 비방이 대부분이었고, 결국 '전 정권과 부정선거론 등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으로 돌아가려 했다"며 "연락을 준 일부 학생들에게 대면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라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는 "어떤 특례의 사안이나 사건에 관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쟁점이 있을 경우에는 합리적인 절충이나 타협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탄핵은 정치적 이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 문화가 건전하게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반적으로 청년 세대는 정치인들이 서로 주고 받으면서 밀고당기는 식의 타협은 아닐 것"이라며 "첨예한 양 집단의 골이 너무 깊게 파였고 어떤 쟁점이나 대립되는 논점에 대한 공유도 서로 다르다"고 덧붙였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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